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기생충’이 문재인 정부에 던진 화두
영화 ‘기생충’이 개봉 25일 만에 누적 관객 수 900만 명을 넘어섰다. 송강호 주연의 ‘기생충’은 당초 뒷심이 줄어 천만 영화 등극이 쉽지 않아 보였다. 지난 주말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천만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공교롭게도 송강호가 타이틀롤을 맡았던 ‘택시운전사’, ‘변호인’도 ‘문재인 효과’로 막판 흥행 피치를 올리며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다.

‘기생충’의 흥행 요인은 칸 수상 후광 등 다양하게 해석되지만, 빈부 격차란 바구니 안에 여러 은유를 담아 관객에게 ‘N차 관람’을 유도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이 우리 사회에 던진 사회·경제적 메시지를 어떻게 읽었을까?

‘기생충’의 특이점은 선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봉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와 비교해 보면 ‘기생충’에는 ‘부자는 핍박하는 자, 가난한 자는 핍박받는 자’라는 직선 구도가 보이지 않는다. 되레 부자인 박사장네 안주인 연교는 순진하고 착해서 이용당하고, 가난한 기택네는 이들을 속인다. 또 기택네는 박사장네 가정부인 문광네와도 혈투를 벌인다. 사회적 강자와 약자가 뒤섞이는 원형적 구도다.

한국은 작년에 소득 3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인구 5000만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인 ‘30-50 클럽’에 가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2주년 대담에서 “30-50클럽 가입이라는 국가경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삶이 고단한 국민들이 여전히 많다.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됐고, 모든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제성장 만큼 이나 민주화 속도가 빠른 한국에서 대기업과 부유층은 여전히 일반 국민의 몫을 빼앗는 악당역을 고정배역처럼 맡고 있다. 봉준호 박찬욱 등 한국영화계의 거장들은 선악 이분법에서 탈출한 새로운 세계관의 영화로 국제 영화계의 찬사를 받고 있건만 문재인정부의 시각은 아직도 권선징악적 도그마에 갇혀있는 듯 하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거친 분배’도 이런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기치로 내건 포용적 성장이 가능하려면 시장경제에서 뒤처진 사회적 약자를 보듬을 복지 재원이 필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16조8200억원, SK하이닉스는 5조8000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둘을 합하면 22조6200억원. 올해 노인 기초연금 예산 15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기업이 낸 총 법인세(70조9000억원)는 작년 총 국가 세수 293조6000억원의 24,2%를 차지했다. 올해는 반도체 등 주력업종 불황으로 10대 법인세 납부기업 가운데 7곳의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기업의 ‘2인3각 공조’가 절실한 국면이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다. 생산성을 뛰어넘은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경직적 운용, 높은 법인세, 철옹성 규제, 대주주 경영권을 옥죄는 상법 등 온통 가시밭길이다.

봉 감독이 영화로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 즉 선이다. 이 선이 침범받을 때 모멸감과 분노를 느낀다. 노동자와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되, 구별지으며 밀어내는 과도한 바깥선 긋기는 자제하는 공생의 길로 가보자.

문호진 소비자경제섹션 선임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