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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사 10명 중 8명 “폭언 경험, 정신 소진 상태”…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
-보건의료노조, 3만6400여명 대상 실태조사
-노동자 10명 중 9명 “근무 중 감정노동 겪는다”
-신체ㆍ감정 저하는 낮은 의료서비스로 이어질 수도

[사진설명=한 남성이 응급실에서 간호사를 폭행하려는 모습.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간호사 10명 중 8명이 근무 중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로부터 폭언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보다 속으로 참거나 주변에 하소연하는 등 소극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신체ㆍ정신적으로 소진 상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지난 2~3월 사이 조합원 3만6447명을 대상으로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감정노동 현황과 실태’를 파악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9.2%가 폭언을 경험한 사례가 있다고 답했고 폭행 경험(13%), 성폭력 피해 경험(11.8%)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로 비교해 보면 폭언 피해 경험은 간호사가 79%로 가장 높았고, 간호조무사 61.7%, 사무행정ㆍ원무 57%, 방사선사 51.3% 순이었다. 폭행 피해 경험도 간호사가 16.2%로 타직종에 비해 높았다. 폭력의 주된 가해자는 환자가 68%로 가장 높았으며 보호자 53.6%, 의사 32.1%, 상급자 20.6% 순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폭언ㆍ폭행ㆍ성폭력 피해 당사자들이 취하는 대응방식은 문제해결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보다 소극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폭언 경험자의 82,3%, 폭행 경험자의 63.8%, 성폭력 경험자의 74,3%가 주변 아는 사람에게 하소연하는 것을 포함해 스스로 참고 넘겼다고 응답했다. 병원내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 등을 통해 공식적인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는 응답자는 3%미만이었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노동자가 근무도중 겪는 감정노동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응답자의 89.5%가 ‘나의감정을 억제하고 일해야 한다’고 답했고 80.2%는 ‘퇴근 후에도 힘들었던 감정이 남아 있다’고 했다. ‘부당하거나 막무가내 요구로 업무수행의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자도 69.1%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공식적인 규정이나 절차가 있다’는 응답은 31.4%에 불과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의료기관내 폭력 발생의 심각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병원현실은 여전히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사각지대”라며 “주취자의 응급실 폭력이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직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에서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런 보건의료노동자의 신체ㆍ정신 불안은 의료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사가 주축이 되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호사가 업무 중 불안감을 느낀다면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기 어렵다.

의료계 관계자는 “간호사가 환자의 질병 처치뿐만 아니라 간병까지 하게 되면서 환자와 접촉하는 시간이 더 많아질텐데 이런 불안한 환경에 놓여있다면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노동자의 삶의 질도 고려해야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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