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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상조 효과의 그림자①]“내 돈 달라” 악성 민원 봇물…‘아니면 말고’ 신고에 기업들은 신음
‘김상조 號 공정委’ 이후 연간 민원 3만건→4만건
민원 급증에도 법 위반 신고는 연간 약 3000건 그대로
반복신고ㆍ악성민원 상당수…민원 조사 과정에서 기업들 어려움 호소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급증한 민원 신고 신청 건수 [자료=국회]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각종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김 위원장에게 소비자나 하청업체, 가맹점주 등이 그간 쌓인 설음과 울분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민원은 억울하게 떼인 돈을 받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민사소송을 통해 다퉈봐야 하는 사건으로 공정위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기에 이른바 ‘을’ 입장을 앞세운 악성민원도 상당했다. 그 사이 ‘갑’ 위치에 있는 대기업들은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김상조 효과’의 그림자가 예상보다 크다.

20일 국회 등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총 4만616건의 민원ㆍ신고 신청을 접수받았다. 전년(4만1894건)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2년 연속 4만건을 웃돌았다. 지난 2016년까지 연간 3만건대에 머물렀던 민원ㆍ신고 신청 건수는 김 위원장 취임 이후인 2017년 하반기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7년 하반기에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0.2% 늘어난 2만4983건을 기록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도 전년보다 27.1% 증가한 2만1489건의 신청이 들어왔다. 하반기들어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1만5000건대 내외를 기록했던 예년보단 많은 1만9127건의 민원ㆍ신고 신청이 있었다. ▶관련기사 6면

소비자, 하청업체 등이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활성화된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곳곳에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먼저 피신고 대상인 대기업들은 악성 민원으로 몸살을 앓았다. 공정위는 통상 민원ㆍ신고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업 측에 각종 자료를 요구하고, 참고인 출석을 요구한다. 기업들은 일방적인 언론보도를 피하고, 공정위 조사를 피하기 위해 법적 다툼보단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합의에 나섰다. 공정위 신고가 협박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제기된 민원ㆍ신고 중 상당수는 제대로 된 민원이 아니었다. 지난해의 경우 4만616건의 민원ㆍ신고 신청 중 절반가량인 2만1822건은 금융위원회, 법무부, 한국소비자원 등 타기관으로 이송됐다. 공정위가 아닌 타기관에서 담당하는 업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1만8794건 중에서도 공정위가 정식 법 위반 사건으로 접수한 사건은 3468건뿐이었다. 공정위가 민원ㆍ신고 내용을 들여다봤지만 대다수가 억울함을 하소연하거나 피해 구제를 요구한 것으로 시효가 이미 지나있었다. 또 이미 신청했던 민원을 다시 제기했거나 민ㆍ형사 소송의 대상인 사건도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소한 민원이라도 일일이 기업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수 밖에 없다”며 “기업 입장에선 공정위에서 전화가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종종 겁을 먹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건설업체 대관 담당자는 “대기업의 서면 미교부 등 작은 실수를 약점으로 잡고 훗날 공정위 신고를 협상카드로 들이미는 하청업체들이 많다”며 “잘못한 것은 처벌받고 다퉈볼 여지 있는 사건은 당당하게 싸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갑을관계 잣대로 조사를 하는 공정위의 편향적 조사를 피하기 위해 연간 400억원가량의 협상금을 사용할 때도 있다”며 “아니면 말고식 악성 신고에 대해서도 패널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석근배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경영하다 보면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데, 공정위뿐만 아니라 언론, 국회까지 민원이 접수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는 박상신 대림산업 대표를 불러 하도급 갑질에 대해 질타를 했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과징금 900만원에 불과한 사건으로 드러났다.

다만 석 변호사는 “대기업의 작은 실수 때문에 소규모 하도급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하기 때문에 모든 신고를 악성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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