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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급식 멈추면 우리아이 어쩌나요”…초중고 급식ㆍ돌봄 대란 초읽기
-급식에 돌봄에 이중으로 걱정…커지는 맞벌이 가정 학부모 근심
-연대회의, “10년차 돼도 9급 공무원보다 1000만원 넘게 덜 받아”

[18일 오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하교길. 초등학교 학생들이 할머니 손을 잡고 하교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세환ㆍ박병국ㆍ김유진 기자] “급식 안 준다면 도시락은 준비하겠지만…돌봄까지 중단되면 어쩌죠?”

학교 비정규직 조합원 약 9만5000여명이 오는 7월 3~5일 총파업에 나서기로 결의하면서, 돌봄 중단과 급식 대란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조합원 중에 초·중·고교 급식조리원·돌봄전담사·특수교육실무원이 포함돼 있어서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찬성률 89.4%(투표율 78.5%)로 내달 3일부터 사흘 동안 총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파업 예정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오자 교육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볼모가 됐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18일 하교길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돌봄 중단을 가장 우려했다. 학부모 김지혜(36ㆍ서울 마포구) 씨는 “급식대란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엄마들은 돌봄 교실 잘못 될까봐 더 걱정”이라며 “학부모 단체카톡방에서도 맞벌이 가정은 난리가 났다. 아이 맡길 곳이 없어서 벌써부터 전전긍긍하더라”고 말했다.

맞벌이 자녀대신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들은 더 큰 한숨을 내쉬었다. 손주 둘의 등하교를 책임지는 외할머니 문연순(68ㆍ경기 안양시) 씨는 “학교에서 일하는 분들의 처우는 올라가면 좋겠지만 나이 70이 다 돼 손주들 도시락까지 싸야한다고 생각하니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지난 2017년 파업으로 인한 급식중단의 악몽도 떠올렸다. 학부모 조모(40ㆍ경기 분당) 씨는 “큰 아이 때도 날 더운 때 도시락을 싸느라 고생했다”며 “상온에서 음식이 금방 상하는 계절이라 도시락 하나 싸는 데도 신경쓸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하교길.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부모 손을 잡고 하교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2017년 파업 당시는 전국 1만2500여개 초중고 가운데 3150개교가 파업에 참여해 1900곳이 넘는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학교마다 빵과 우유, 외부 도시락 등으로 급식을 대체하거나 도시락을 준비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번 파업에서도 돌봄대란과 급식 중단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반복되고 있다.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과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연대회의 19일 10시 당국과 파업 조정회의를 열고 마지막 조정에 나선다. 3차 조정 시한인 20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회의가 진전 없이 종료되면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연대회의의 조정 요구 사항은 ‘전직종 기본급을 2019년 6.24%이상 인상할 것’, ‘최저임금 보전금 방식을 폐지할 것’ 등이다.

박정호 연대회의 정책실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때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이 대부분 무기계약직이 됐지만, 처우는 개선이 안됐다. 고용만 바뀌고 차별은 계속 존재한다“며 “학교를 예로 들면 9급공무원 10년차가 1년에 3800만원 받을 때, 2300~2500만원 정도 밖에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당국은 파업권조차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 상황에서 파업예고에 나선 연대노조에 당혹스러움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집단 교섭을 어떻게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 중인데 파업을 이미 5월부터 예고하고 강행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중앙노동위의 1차 조정에서도 절차합의를 문제로 파업권을 주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 20일까지 추가 조정 중“이리고 말했다.

한편 연대회의는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조 등이 속해있는 조합원 총 9만5117명의 단체다. 연대노조원들이 소속된 전국 초·중·고 교육기관은 1만4800여곳으로 추산된다. 연대회의에서 예상하는 파업률은 전국 초중고교의 70%다.

kacew@hera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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