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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헤경 氣UP 포럼]“기업현장 멘탈공황”…정부의 ‘각론없는 총론’ 비판 쏟아져
1세션 토론-산업경쟁력 확보 해법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81만명 공공 일자리 확충은 마약 같은 것
100년만의 대변혁…대응 잘못하면 미래없어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韓 대학생 공시 우선…中은 창업 희망
로우 리스크·로우 리턴 지향 안될 말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장
4차 산업혁명, 소국에게도 성장 기회
감성 뛰어난 한국, AI기술로 주도 자신

지난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9 헤경 氣UP포럼’ 제1세션에서 ‘산업경쟁력의 확보 해법’을 주제로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상무가 사회를 맡아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유환익 상무,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이정민 한국벤처기업협회 경영지원본부장. 이상섭 기자/babtong@

“4차 산업혁명은 100년 만에 처음 보는 대변혁이다. 지금 시대 역사를 잘못 읽고 잘못 대응하면 나라 빼앗긴 100년 전 비극이 되풀이 될 수 있다.”(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척박한 벤처 생태계서 공공일자리 확충은 소방 호스로 불끄는 격이다. ‘차선책’인 규제샌드박스가 모든 규제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선 안된다.”(이정민 한국벤처기업협회 경영지원본부장)

“한국의 강점은 감성이다. 이성이 특화된 인공지능(AI)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중국의 맹추격으로 한국의 전통 제조업이 휘청이는 가운데 지난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 경제 구조 변혁의 길’을 주제로 열린 ‘2019 헤경 氣UP포럼’ 1세션 토론에서는 정부의 미진한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조언이 쏟아졌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상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는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이정민 한국벤처기업협회 경영지원본부장이 참여했다.

토론 패널들은 주제발표자들의 강연 내용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 혁신성장에서 각론 없이 총론만 난무하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신동엽 교수는 “현 정부의 규제혁신이나 제조업 르네상스는 상당히 늦었다”며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해온 것은 대부분 적폐청산으로 과거를 청산하자고 미래를 희생시킨 과오를 저지르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정민 본부장은 “지난 정부에서 깃발을 들었던 ‘창업 활성화’부터, 최근의 ‘제2 벤처붐’까지, 우리나라의 총론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강했고, (의도대로라면) 이미 벤처국가가 돼 있어야 하는 정도”라며 “그러나 각론이 없는 정책이 벤처의 진정한 활성화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이 본부장은 벤처 활성화에 줄곧 강조돼 온 ‘기업가 정신의 발현’이라는 레토릭(수사ㆍ修辭)이 정부 정책의 엇박자로 무색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공시족이 40만~50만명이나 되고 공기업을 지망하는 ‘취준생’까지 합치면 공공부문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가 일자리 대책으로 공무원을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며 “이미 척박한 벤처생태계에서, 부싯돌로 불을 지피고자 하는데 이런 정책은 소방호스로 불을 끄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 역시 “단기적으로 정부가 81만명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충하는 것은 마약같은 것”이라며 “당장 통증은 줄겠지만 이는 지속가능성이 없고 매우 위험한 대응”이라고 일갈했다.

가장 먼저 풀어야할 숙제로는 더딘 규제개혁이 지목됐다.

이정민 본부장은 “‘갈라파고스 규제’라고까지 불리는 한국의 규제는 세계흐름에 역행하고 있고, 규제 속에 숨어있는 공무원들의 막강한 법령이 기업가 정신과 창업을 옥죄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규제 샌드박스’가 규제 개혁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며 “혁신국가가 되기 위해 규제 법령 체계를 수술해야 하는데 이를 못하니 규제 샌드박스를 내세운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언제까지나 차선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현재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멘탈 공황상태다. IMF때 보다 심각한 위기가 오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더글라스 노스 교수를 인용해 “제도를 책임지는 정부는 게임의 규칙을 세우고, 운동장을 짓고, 심판을 보는 것인데 우리 정부가 너무 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심판이나 가이던스, 운동장을 잘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성진 대표는 “독일은 300여명 이상의 이해 관계자들이 1~2년 토론을 해서 인더스트리 4.0을 만들어냈다”면서 “우리나라의 4차산업혁명위원회에도 민간전문가들이 있지만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위한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대학생 절반이 공시족인 반면 중국은 절반이상이 창업을 희망하며, 사회안전망이 탄탄한 핀란드는 역설적으로 대학생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며 “우리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혁신국가로 나가지 않으면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만 지향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고 진정으로 혁신국가를 원한다면 우리에 맞는 사회적 타협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 교수 역시 “전문가와 업계, 정부가 공부하는 시간을 2~3년 정도 가지면 시대착오적이지 않은 규제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조금만 더 버티면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단기적으로 시장을 이해하지 못해 사장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은 오히려 한국에 기회라는 견해도 나왔다.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장은 ‘한국이 중국을 대적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적이 가능할 수 있게 만드는 게 4차 산업혁명”이라고 답했다.

그는 “중국의 10억 인구는 중요하지 않다. 로봇을 10억개 만들면 10억 인구가 되는 것이고, AI(인공지능)가 있으면 이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며 “소국이 대국과 경쟁해 볼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며 ‘감성’에 뛰어난 한국이 ‘이성’에 특화된 AI 기술로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대변혁의 시기란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신 교수는 “현재 전 세계 경제와 기업들이 당면한 환경변화는 100년 만에 처음 보는 것”이라며 “산업단위 규제에서 탈피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규제나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예선ㆍ이세진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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