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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살’5만원권…100조는 어디에 숨었나
장롱·금고에…환수율 절반
70조원 유통 안되고 대기중
‘지하경제 주범’ 오명 여전
“리디노미네이션에 설득력”



# 수억원 대의 양도소득세를 체납해오던 A씨. 부촌의 고급아파트와 외제차도 모두 자녀와 며느리 명의로 이전하면서 재산 추적을 피해 오다 최근 국세청 수색으로 주방 싱크대 서랍에 숨긴 검은 비닐봉지를 압수당했다. 그 안에는 5만원권 뭉치다발이 들어있었는데 장수론 1만장, 액수론 5억원이었다.

5만원권 발행이 시작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환수율은 절반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시중 수요가 많다는 얘기지만, 동시에 현재까지 발행된 5만원권의 2분의 1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출처 규명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해 여전히 ‘지하경제의 주범’이란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이 최초 발행된 2009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발행액은 196조7023억원이다. 이중 환수액(한은으로 회수된 액수)은 98조3798억원으로 50%의 환수율을 나타내고 있다. 나머지 약 100조원은 시중에 돌고 있단 얘긴데, 이중 미유통 상태로 축재되는 등 지하경제로 흘러들어가는 5만원권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파악이 어렵지만 수십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명목 성장률과 화폐 발행액간의 차이를 구하면 시중에 정말 필요해 유통되는 화폐 대비 남아있는 화폐 즉, 장롱 속에 보관돼 있는 현찰 화폐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며 “대략 70조원에 육박하는 현찰 화폐가 장롱속, 금고, 마늘밭 등에 축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5만원권은 이번 싱크대 비닐봉지 사건뿐 아니라 과거 마늘밭, 가마솥 아궁이, 음료수 상자 사건 등 재산의 불법 은닉 용도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지하경제를 키우고 있단 지적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환수율을 연도별로 보면 발행을 시작했던 2009년만 해도 7.3%에 지나지 않았다. 그해 6~12월까지 10조7068억원의 5만원권이 발행됐는데 이중 7838억 원밖에 한은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지하경제로 급유입되고 있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다 이듬해부턴 40%대로 올라섰다 2012년에는 61.7%로 발행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시 2014년에 25.8%까지 고꾸라지자 한은이 발행량을 확대하면서 점차 회복됐고 작년엔 역대 최고치인 67.4%를 기록한 뒤 올애도 5월 현재 66.6%를 보이는 등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논란이 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고액자산가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화폐교환으로 지하자금을 양성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란 주장도 나온다. 문 연구원은 “정부가 화폐개혁을 통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화폐 축장자들은 엑소더스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를 GDP(국내총생산)의 20~25%로 액수론 400~500조원으로 추산했고,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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