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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 갑질’ 그만…시행 한 달 앞 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다음 달 16일 시행…기업은 관련 조항 넣어 취업 규칙 개정해야
-가해자 처벌 규정 없고, 회사 자체 조사는 한계로 지적되기도


[사진=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공기업에 다니는 30대 A 씨는 얼마 전 상사에게 “니가 머리가 나빠서 그렇다”는 폭언을 들었다. 그는 “어릴 때 사고로 머리를 다쳤다는 걸 상사가 알고 일부러 망신을 주려고 그렇게 한 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기까지 해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근로기준법을 일부 개정한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됐고 다음 달 16일 시행된다. 상시 근로자 10명 이상인 모든 기업이 대상이다. 간호사 ‘태움’ 문화, 아이티기업 대표의 엽기적 행각 등이 이슈가 되면서 도를 넘은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반영된 결과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직장에서 술자리를 강요하거나 특별한 사유 없이 업무를 배제시키고, 집단으로 따돌리는 행위 등은 ’직장 내 괴롭힘‘에 포함될 수 있다.

개정법에 따라 피해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업주에게 신고하면 사업주는 피해근로자 등에게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기업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내용을 반영해 회사 취업 규칙을 개정해야한다.

입법 취지가 좋은 만큼 현장에서는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반쪽짜리’ 법안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법에는 피해근로자에게 인사조치 등의 불이익을 준 경우에는 처벌하도록 돼 있지만 가해자에 대해서는 명확한 처벌 조항이 없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입법 취지는 좋지만 직장에서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하는 주체가 회사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학주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은 성희롱과는 다르게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임의로 해석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서 “사업주가 가해자면 실질적으로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장 내 성희롱처럼 외부기관에서 조사를 하게 하든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처벌조항이 있어야 실효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차장급 직원은 “후배들 수고했다고 치킨이라도 사주고 싶은데 말을 꺼내기가 더 어려워졌다”면서 “괜한 오해 받는 것보다 차라리 공식적인 자리 외에는 따로 자리를 마련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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