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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브라운 선생님, 정치인에 가르침을 주세요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택하라(When given the choice between being right or being kind, choose kind).”

지난 2017년 개봉된 영화 ‘원더(Wonder)’에서의 명대사 중 하나다. 영화는 선천적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아이가 세상을 향해 하나둘 씩 마음을 여는 과정을 그린다. 대사는 브라운 선생님이 한 말이다. 옳다고 믿는 것을 관철하는 것도 좋지만, 친절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좀더 위력적인 힘이 된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 대사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는 전혀 다른가 보다. 옳음에 대한 확신으로, 그것을 밀어부치는 이들이 정말 많다.

국회가 그렇다. 끝이 보이는가 싶었던 국회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중재 속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접점을 어느정도 찾았다는 말이 돌면서 국회 정상화의 기대감이 커졌지만, 막판에 다시 틀어진 분위기다. 한국당은 민주당을 향해 ‘경제 청문회를 먼저 연뒤 추경을 논의하자’는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민주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국회 정상화는 물건너간 흐름이다. 아예 한국당을 뺀채로 국회를 소집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전개되면서 국회는 정상화가 되더라도 한동안 볼썽 사나운 모습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당이 막판에 궤도수정을 하지 않는한, 여당과 제1야당의 불협화음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점휴업 국회에 대한 국민의 마음은 불편하다. 국회 정상화와 관련한 뉴스의 댓글에선 성난 민심도 확인된다. “지나치게 반대를 위한 반대다. 외국에서 전문 의원들 수입하는 게 낫겠다”, “일하는 모습 좀 봅시다. 도대체 몇개월째 임시휴업입니까”, “등원거부 의원들, 세비중지부터 의결하라” 등의 댓글에선 휴업국회, 파업국회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표출된다. 이 표현은 그래도 점잖은 양반 축에 속한다. 인용하기 민망할 정도의 섬뜩한 격분성의 댓글도 부지기수다.

도대체 국회는 두달간 파업을 하고도 왜 싸우기만 하는가. 국회 본연의 업무를 포기하고, 민생을 볼모로 왜 쌈박질만 하고 있는 것인가. 월급 받기 미안하지도 않은가. 일부 댓글 표현처럼 국회의원은 전부 철면피인가.

사실 국회 파행의 근원은 ‘옳음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집권 3년차가 되도록 몰아부치기만 하는 적폐청산 기조와 시장이 울부짖는데도 교정 기미가 없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문재인정부의 ‘나만이 옳다’는 옹고집과 다름이 아니다. 여기에 청와대 의중과 맞닿은 여당 대표의 ‘100년 집권론’은 “나만이 정의를 실천할 수 있다”는 교만과 편협함을 상징할 뿐이다. 야당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타협을 내미는 손에 적당한 교집합 하나 도출 못하는 무능함으로 계속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허우적거린다는 게 중론이다. 이러니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두 눈을 씻어봐도 발견할 수 없다. 서로 심장을 후벼파는 막말만 주고받을 뿐이다.

이런 국회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의 하나인 ‘친절’이 있을리 만무하다. 하도 답답해 소망 하나 꺼낸다. “브라운 선생님,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도 친절을 가르쳐 주세요.” 

김영상 정치섹션 에디터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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