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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방위로 불붙은 中관료들의 ’대미 무역항전’…韓은 뒤늦은 TF 구성
-중국 관료들 ‘구밀복검’ 속 “기울어진 운동장 협상 않겠다” 강경
-미중 무역분쟁 속 한국기업에 불똥 튈라, 현지 기업들 초긴장
-韓 다소 늦은 대응…전문가 “위협 최소화할 우리만의 시나리오를”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의 ‘항전의지’는 주무부처인 외교부ㆍ상무부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지방정부 등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당국이 현지 외국 기업을 불러 무역분쟁 건으로 면담한 것도 사실로 밝혀지면서 우리 외교부는 11일 ‘전략조정지원반’을 설치해 대응한다고 밝혔지만,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촬영한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 [연합]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관세를 무기로 중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의 ‘항전의지’가 전방위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결사항전 메시지는 주무부처로 꼽히는 중국 외교부ㆍ상무부의 ‘전공관료’들 입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중앙 뿐 아니라 지방정부, 그리고 무역업무와 관련이 없는 비(非)전공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미 무역항전에 일치된 모습을 보이며 발언 취지도 한결같고, 그 수위 또한 높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이 현지 외국기업을 불러 무역분쟁 건으로 면담한 것도 사실로 밝혀졌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 11일 관련 대응팀을 꾸려 조치한다고 했지만,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지방정부ㆍ비전공자도 한목소리 “미국 책임…우리는 결백”=중국의 장강(長江) 서부 내륙 최대도시(인구 3100만명ㆍ면적은 남한의 약 80%) 로 꼽히는 충칭직할시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 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분쟁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미국이 문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충칭 인민정부 상무위원회 외사처의 가오원 처장은 “제일 좋은 방법은 미국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지만, 만약 미국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중국 정부도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제시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과 싸우고싶지 않지만, 양국 간 무역마찰이 생긴다면 1차적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현재 충칭시는 중미 경제무역관계를 논의 중에 있고, 계속 연구하는 단계”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숙고 중인 주제라는 점을 언급했다.

충칭 발전개혁위원회 종합처의 위안윈펑 부처장도 가오원 처장의 발언을 거들었다. 그는 “올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 국제협력 정상포럼서 중요한 연설을 했다. 그 중 하나가 중국은 대외개방을 시종일관 견지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관세를 무기로 삼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시 주석 연설에 빗대어 설명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 내 이른바 ‘비전공자’들도 목소리를 냈다. 본인 소관이 아니면 입장 자체를 밝히기 꺼리는 중국 관료들의 일반적 특성과는 사뭇 다른 제스처다.

최근 한국 기자들과 만난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질문에 “거기에 신경을 못써서 정확한 답변을 못하겠다”면서도 중국 입장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그는 “우리가 (싸움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며 중국의 ‘선한 의지’를 먼저 밝혔다. 그러면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 당국자는 하지만 “대화는 ‘호혜적이고 공정한 원칙’에 따라서 하자. 이게 (중국)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무역갈등으로 미국과 대화를 하더라도,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선 협상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중국 으름장에 한국 뒤늦게=외교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같은 흐름을 ‘구밀복검(口密腹劍)’으로 요약한다. 중국이 ‘웃음 속 칼을 품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한국을 비롯한 외국기업과 무역분쟁과 관련한 ‘면담’을 했다는 사실은 이같은 중국 측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물밑에선 무역분쟁 결사항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부랴부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략조정지원반’ 신설이 대표적이다. 외교부는 지난 11일 김인철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미중관계 전담 조직 신설 추진 계획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여러 부서에 걸친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 긴급 대응지원 조직을 구성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관련 규정에 따라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가능한 조속히 절차를 완료하려고 추진 중”이라고 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를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다소 늦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외교부 차원이 아니라 청와대 안보실 수준에서 다뤘어야 할 정도로 사안이 중차대하다는 점에서 다소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대응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어떻게 (대응팀을) 잘 구성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분야별 최고 전문가를 모아서 보수나 진보를 넘어 한국의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그러면서 냉정한 관찰과 신중한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성급한 결론보다는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우리만의 시나리오들을 준비해야 한다”며 “한국 같은 중견국가들은 이익 극대화보다는 ‘비용(위협)의 최소화’를 택하는 것이 맞는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이 ‘경고장’을 날렸다고 거론된 한 현지업체 관계자는 14일 “중국 정부가 우리 법인 관계자 호출 등과 같은 직접적인 영향력을 아직까진 행사하진 않았다”면서도 “관련 영향이 없을지 파악을 많이 하고 있고 모니터링도 많이 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미중 무역전쟁 중 불똥이 튈 수 있는긴박해진 분위기를 전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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