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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상승률 사상 첫 OECD 최저…‘소주성 영향 vs 저성장 때문’
본지, 24년치 월별통계 분석

올 3월·4월 36개국 중 가장 낮아
‘급격한 저성장 늪에 빠져’로 해석



올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해외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속도를 유지 중이다. 사상 처음 있는 현상이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의 총수요가 크게 위축된 것을 반영한 현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3일 헤럴드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4년치(1996~2019) 월별 통계를 분석한 결과, 3월과 4월 한국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0.4%, 0.6% 올라 36개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1월 한국 물가상승률(0.8%)은 36개국 중 7위를 기록했지만 2월(0.6%)에는 2위까지 올랐다. 3월과 4월에도 0%대 물가를 유지해 역대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5위 안에 든 것도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나홀로 초저물가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4월 기준 회원국들의 평균 물가는 2.5%로 OECD는 지난 6일 낸 보고서를 통해 유가 상승 영향으로 전세계 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현재 0%대 물가상승률을 기록 중인 국가는 한국을 포함 포르투갈(0.8%) 스위스(0.7%), 일본(0.7%) 뿐이다. OECD의 5월 물가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한국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1~5월 전년 누계비 물가상승률은 0.6%로 2015년에 이어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유례 없는 저물가 현상을 정부와 한국은행은 낮은 공급 측 물가 영향으로 해석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따라 복지 확대, 부동산 시장 억제책 등이 시행돼 공급측 물가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하향 조정하며 “복지정책 강화,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 약세 등이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도 “내수 부진보단 낮은 유가와 무상급식, 무상교복 등 전체 물가의 55%를 차지하는 서비스가격이 낮게 형성된 영향”이라고 봤다.

하지만 저물가 현상을 저성장 영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해석이 시장 내 다수를 차지한다.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라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주요 기관 중 가장 낮은 0.7%로 전망하면서 “농산물ㆍ석유류 가격이 안정되는 가운데 경기 부진에 따른 마이너스 수요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전망치 1.60%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한국경제연구원도 기존 1.50%에서 0.8%로 대폭 낮추면서 “경기의 급격한 위축에 따른 낮은 수요압력, 서비스 업황부진, 가계부채ㆍ고령화 등의 구조적 원인이 물가상승에 대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KDI처럼 GDP디플레이터와 같은 생산자 가격에 초점을 맞추면 수요 감소를, 소비자물가에 초점 맞추면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서비스물가가 내려갔다고 해석이 가능하다”며 “수출이 잘돼야 성장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가진다면 금리를 내려 기업 수익성을 높이자는 주장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정부처럼 낙수효과를 낮게 보고, 국민 삶의 질을 위해 생활 물가를 관리하는 측면에선 금리 인하가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서로 관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k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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