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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의 콘텐츠 저장소] 맺음과 풀림 속의 신명…강강술래의 세계적 가치는
5월 16일 “We’er here together for coexis Dance!”라는 주제를 내걸고 개최됐던 국제현대무용제 2019모다페(MODAFE)가 5월 30일 막을 내렸다. 총 13개국의 27개 예술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2019모다페가 주목한 작품이 있어 보고 왔다. 아시아댄스커뮤니티(Asia Dance Community) 안애순 안무가의 ‘히어데어(HereThere)’가 그것인데, 한국현대무용협회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공동주최하고, 2019모다페와 아시아문화원이 공동주관하여 만든 작품이다. 아시아댄스커뮤니티는 2015년 창단됐으며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대만, 라오스, 베트남, 인도, 한국의 무용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창단공연 ‘아시아수퍼포지션(ASIA Superposition)’을 비롯하여 ‘골든에이지(Golden Age)’ 등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작품 ‘HereThere’는 ‘강강술래’를 차용하고 있었다.

각국의 무용수들이 강강술래 속 우리 고유의 정서를 어떻게 공유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다른 문화적 경험을 담고 있는 자신의 몸짓으로 어떻게 표현해냈을까? 오늘을 살아가는 무용수들이 현대적 춤과 전통 사이에서 시대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작품 속에서 무용수들은 상의와 하의 모두 흰색으로 통일된 의상을 착용하고, 다양한 형태의 원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형태를 유지한 채 원의 간격을 좁히거나 넓히기도 하며 다가가거나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무용수들이 손을 맞잡거나 혹은 앞 사람의 허리를 잡은 채 줄지어 걸으며 흰 물결을 만드는 장면이나, 달빛을 받은 징검다리의 모습은 영락없는 강강술래의 덕석몰기, 덕석풀기, 대문놀이 등을 연상시킨다. 원형에서 어떤 변형이 나타날 때마다 무용수들의 배치가 절묘하게 바뀌는데, 꽤 치밀하고 정성 들인 구성이 느껴진다. 마치 블록이 맞춰 끼워지듯, 개인이라기보다 하나의 응집된 힘이 전해졌다. 무용수들이 원의 구도에서 군무로 움직일 때 팔과 다리의 동작들이 교차하며 단순하면서도 짧은 연속성을 보였다. 마치 인간의 움직임이 원의 구도 속에서 얼마만큼 다양한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안애순 안무가 특유의 공간감과 박자감의 명쾌한 사용이 돋보이는 지점이었다.

아시아댄스커뮤니티(Asia Dance Community) 안애순 안무가의 ‘히어데어(HereThere)’. [2019모다페 제공]

작품 구성에서 집단의 응집력을 보여주었다면, 무용수들 각자의 춤에서는 개인의 신체적 특징과 개성이 존중되는 가운데 율동미가 돋보였다. 치밀한 구도의 짜임새와 달리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느슨함이 느껴졌는데, 많은 장면 속에서 틈틈이 각 무용수마다의 특유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유독 관절의 유동성이 드러나는 독특한 움직임을 집요하게 보여주는 무용수가 있는가 하면, 순간적이고 빠른 동작으로 남자무용수 버금가는 에너지를 발산하거나, 한국무용을 연상케 동작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무용수들이 손뼉을 치고, 각자 바닥을 두드리며 만들어내는 다양한 박자의 조합, 또는 머리를 푼 무용수들이 보름달 아래 모여 좌우로 몸을 흔들면서 보여주는 리듬과 신명의 몸짓은 작품이 점점 클라이막스로 가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우리의 민속 집단 놀이이며 원무 중 하나인 강강술래는 맺음과 풀림의 반복 속에서 새로운 활력과 기운을 얻으며 신명을 경험하게 하는 춤이다. 그리고 최근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경향 중 하나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나 융합 또는 전통을 돌아보거나 소환하는 작업의 흐름을 보인다. 그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HereThere’는 맺음과 풀림 속에 신명과 한, 씻김 그리고 흥에 이르는 우리 고유의 정서를 현대적 몸짓에 적절하게 녹이며, 원무(圓舞)로서의 강강술래의 가능성과 아시아적 가치를 극대화시켰다. 

dear.hankye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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