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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거안사위(居安思危)’와 농식품 수출
우리 농식품 수출액이 올해 1~4월 31억4000만 달러로 작년에 비해 5% 이상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27.5%), 중국(29.7%) 등으로 수출이 급증했다. 특히 중국 수출이 30% 가까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다. 대(對) 중국 농수산식품 수출은 사드, 한한령 등으로 인해 2017년 전년 대비 7.7%나 감소하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서기 시작해 최근에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인구 14억명이 넘는 가능성 큰 시장이지만, 그 가능성의 실현은 쉽지 않다. 중국으로부터의 농식품 수입은 많지만 수출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롯데, 이마트 등 국내 굴지 유통업체들의 중국진출도 실패로 돌아갔다. 그만큼 쉽지 않은 시장이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개최한 ‘2019 대 중국 수출전략회의’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농식품이 한류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철저한 시장분석과 상품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농식품 유통ㆍ소비 트렌드는 소셜네트워크(SNS)에 기반한 온라인ㆍ모바일 시장 강세, O2O (Online to Offline) 마케팅 확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SNS 유명인사를 가리키는 ‘왕홍’, SNS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웨이상’ 등은 수많은 소비자들을 끌고 다닌다. 이들을 농식품 수출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오프라인에서 서비스를 체험하고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새로운 유통형태인 O2O도 젊은 층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O2O매장인 허마센셩은 결제 후 ‘3㎞ 이내 30분 이내 배송’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aT도 지난달 허마센셩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농식품 판촉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의 인구구성 변화에 대한 예측과 대응도 중요하다. 1인 가구 증가, 1가족 2자녀 정책에 따른 유아 증가, 장기적으로는 인구 고령화에 대해서도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해외 수출시장에 대한 분석과 준비는 비단 중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농식품 수출은 농어가 소득제고뿐만 아니라 농수산물 수급관리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출생아수는 2000년 64만명에서 2018년 32만명으로 급감했다. 내수시장의 수요는 늘지 않는데 기술발전으로 농수산물 공급은 증가하고, 시장개방으로 세계 각국의 농수산물이 제한 없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전보다 더 많은 농수산 품목이 더 자주 가격폭락을 겪는다. 정교한 수급정책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농식품 수출은 품목별 수급관리를 도울 수도 있다. 최근 가격이 폭락한 양파를 대만, 태국 등으로 수출하는 것이 좋은 예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편안한 때에도 앞으로 닥칠 위기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우리 농식품이 호조를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장기적인 접근과 고민이 필요하다.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 수출의 위기와 회복은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농식품 수출’을 위해서는 더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먹거리는 식습관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단번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수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국가별 시장특성, 인구구성, 소비트렌드 변화를 잘 읽고 대응해 나가야 하며, 아울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수출상대국에도 상호이익이 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식품 수출을 위해 긴 안목으로 장기적인 전략을 만들어 나가자.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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