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가업상속세제 개편]까다로운 공제제도 사후관리 일부 완화…‘중도탈락’ 방지 방점
최근 3년간 사후요건 못 지킨 사례 49건
전체의 20%…고용유지의무 위반이 ‘최다’
일부 업종변경 가능·고용도 증원서 유지로
당정 협의 개편안…국회 통과 과제 남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 홍 부총리는 이 자리서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이번 개편이 가업의 안정적 유지와 경쟁력 제고를 통해 고용불안과 투자 저해요인을 해소해 중소ㆍ중견기업의 활력을 회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1. A씨는 얼마 전 아버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신 탓에 가업인 ‘식품회사’ 승계를 준비하지 못했다.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50억원에 이르는 것을 확인한 A씨는 세금을 일부 공제받을 수 있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현재 수준의 직원수를 유지해야 하지만 최저임금 상승, 경기악화 등으로 고정비 지출이 갈수록 늘고 있어 고민이 크다. A씨는 “설비 투자를 통해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신상품 개발에 신경쓰고 싶었지만 최저임금이 30%가량 올라 예상보다 고정비가 많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2. B씨는 부모님이 평생 키워오신 고철폐기물처리 업체 Y사를 상속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오랫동안 해외생활을 했던터라 연부연납 특례를 이용할 수 있는 조건, ‘2년 재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만약 충족됐다면 상속세를 20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었다.


11일 발표된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이 확정되면 이같은 사례에 처한 상속인들이 일부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정부안은 ‘중도 탈락 방지’에 방점이 찍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15-2017년)간 가업상속공제 후 사후관리의무 미이행으로 상속세를 추징당한 사례는 총 49건(추징액 총 86억원)이다. 같은 기간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기업의 20%에 해당한다. 연간 평균 약 12건씩(최근 5년) 중도 탈락했다. 지난 2017년 자료만 보면 추징사유로 고용유지의무 위반이 38건 중 12건으로 가장 많았다.

상속받은 후 10년 동안 업종ㆍ자산ㆍ고용 등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의무 조건이 발목을 잡았다. 사후관리요건을 지킬 자신이 없어 처음부터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하지 않는 사례부터 10년 동안 요건미비 혹은 의무위반으로 추징당한 사례도 발생했다.

경영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표출되자 정부는 사후관리 요건을 일부 완화했다. 위원회 허가를 받으면 중분류 밖의 업종으로 변경이 가능해지고, 자산처분도 일부 할 수 있게 됐다. 중견기업은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 수보다 20% 더 많이 뽑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근로자 수를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연간 70여건에 불과했던 가업상속공제 제도 이용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까지 상속공제제도는 지난 10년간 무려 9차례나 수정하면서 적용 대상과 공제 규모를 일부 늘렸지만 이용 실적은 미미했다. 제도가 도입된 초기 3년(2008-2010년) 대비 최근 3년(2015-2017년) 간 가업상속공제 실적을 비교해보면 규모는 약 13.6배, 건당 공제금액은 약 8.4배 증가한 데 비해, 이용건수는 약 1.6배로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 고용유지 및 국민경제의 활성화라는 목적의 달성효과가 미흡했던 셈이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세제위원장(서울시립대 교수)은 “제도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부의 대물림을 심화시킬 수 있는 제도 적용대상 확대 등이 반영되지 않은 점이 긍정적”이라며 “경영계 요구사항 중 근로자 수 대신 급여총액을 유지하도록 바꾸는 내용은 추가로 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문성 조세정책학회 회장(한양여대 교수)은 “정치적인 이슈인 탓에 정부 입장에선 의견을 수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상속 시점의 가업상속대상 자산의 상속세를 처분 시점에 자본이등세와 함께 내도록 하는 ‘과세이연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가 여당과의 협의를 통해 내놓은 개편 방안이지만 야당의 반대를 이겨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경영계는 야당을 상대로 매출액, 공제한도 등을 완화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