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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가족과 놀 시간 부족…한국아동 ‘삶의 만족도’ 6.6점 불과
복지부, 2018년 아동실태 조사 집계
10점 만점에 스페인 8.1점 격차 커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 하루 48분
청소년기 친구도 9명→5명 ‘감소’추세
우울지수↑…청소년 3.6% ‘자살고려 경험’
물질보다 ‘사회적 관계’ 결핍이 원인



2019년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은 대체로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다. 물질보다는 사회적 관계에서 결핍을 느꼈고, 놀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며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권리 주체가 아닌 훈육의 대상에 머물러 있는 탓이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아동실태조사(2018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삶 만족도는 6.6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6.1점에서 소폭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내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스페인(8.1점)과 OECD평균(7.6점), 미국(7.5점) 등과도 격차가 컸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선진국 진입의 시금석인 3만달러를 돌파하면서 물질적 측면에서 풍족해졌으나, 여전히 행복도 측면은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낮은 행복감의 원인으로 사회적 관계에 대한 결핍이 우선 거론된다. 우리 아이들의 결핍 수준은 31.5%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54.8%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지만 OECD와 유럽연합(EU) 국가 29개국과 비교할 때 헝가리(31.9%)에 이어 두 번째로 결핍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표는 14개 항목 중 2개 이상의 항목에 ‘아니요’라고 답변한 아동의 비율이다.

물질적인 것보다 가족ㆍ친구와 보내는 시간, 여가시간 등 사회관계가 부족했다. 집에서 인터넷이 안 된다고 답한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새 옷이 없거나 두켤레 이상 신발이 없는 아이들도 약 3%에 불과했다. 하루 세끼 식사를 하고 싶다거나 집에 독서공간을 갖고 싶다고 말한 비율도 각각 5.2%, 7.7%에 그쳤다. 반면 여가활동(26.0%), 친구 초대(15.2%), 가족행사(11.7%) 등 사회관계에 대한 결핍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부모와 아동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48분으로 OECD 평균 2시간 30분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었다. 청소년기(9~17세) 친구의 수도 2013년 7.8명에서 지난해 5.4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자유롭게 놀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억제되고 있었다. 아동의 방과 후 희망활동과 실제활동 간 괴리가 가장 큰 분야는 ‘학원ㆍ과외’였다. 학원이나 과외활동을 하고 싶다는 응답은 29.7%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는 57.6%가 사교육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반대로 친구와 놀고 싶다는 응답은 32.7%였지만 실제로는 13.8%만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아동 10명 중 7명이 평소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로는 학교(27.5%), 학원 또는 과외(23.3%), 자기학습(19.6%) 등 학업 문제가 주요하게 꼽혔다. 학업에 대한 기대가 높은 데 비해 놀이, 사회적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인식이 낮은 탓이다. 놀이가 부족한 이유로는 과도한 학구열(50.8%), 학생이 놀면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34.6%) 등이 언급됐다.

그러다 보니 건강도 나빠졌다. 아동의 우울 및 불안지수는 2013년 1.3점에서 지난해 1.9점, 같은 기간 공격성은 1.3점에서 2.0점으로 증가했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전체 아동의 약 33.7%로 집계됐다. 5.8%가 이미 스마트폰 의존 수준이 고위험에 이르렀고, 나머지 27.9%는 잠재적 위험 상태였다. 세대별로 보면 유아동(3~9세)은 17.9% 청소년은 30.6%가 스마트폰에 크게 의존한다고 답했다. 청소년기 아동 중 3.6%는 심각하게 자살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40.4%, 우울감 경험률도 27.1%로 조사됐다. 아동의 비만율은 2008년 11.2%에서 2017년 17.3%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아이들의 불행은 권리 주체가 아닌 양육과 훈육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기인했다. 지난 2012년 1만943건에 불과했던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16년 2만9674건, 2017년 3만4169건으로 급증했다. 2017년 기준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부모였다. 학대가 반복된 사례의 95%도 부모에 의해 발생됐다.

집 대신 시설 등에 머무는 보호아동 수도 빠른 속도로 늘었다. 부모의 학대로 시설 보호를 받게 된 아동은 2013년 1117명에서 지난해 1415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보호아동수가 감소한 것과 다른 흐름이다. 전체 보호아동 수는 2008년 9284명에서 지난해 3918명으로 크게 줄었다. 학대 외에 미혼 부모ㆍ혼외자(623명)ㆍ이혼 등(737명), 부모사망(284명) 등이 원인이 된 경우가 학대를 제외한 나머지를 차지했다. 

정경수 기자/k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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