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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이경원 아동자립지원단 단장] 아동지원은 수혜·혜택 아닌 ‘아동의 권리’
5월은 가정과 아동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행사가 줄을 잇는다. 얼마 전 아동이 오늘의 주인공임을 선언하는 한 지역 행사에 초대를 받아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날따라 미세먼지도 없고 햇살도 좋고 바람도 세게 불지 않아 주최 측이 마련해준 그늘에 앉아 행사를 즐기기에는 참 좋은 날씨였다. 문제는 지나치게 긴 인사말과 축사였다. 아동정책을 결정하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한 그 날의 어른들은 오늘은 아동을 위한 날임을 원고까지 준비해 와서 긴 시간 읽어내렸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그늘이 없는 운동장에서 고스란히 땡볕을 몸으로 다 맞고 있었다. 어린이집에 다닐 법한 아이들이 더 이상 서 있지 못하고 함께 서있던 선생님들이 업고 달래야 하는 시점이 와서야 그 날의 축사와 인사말은 끝이 났다.

그 간 많은 아동보호체계 정책이 위의 행사처럼 아동의 입장보다는 사업을 추진하는 공무원이나 종사자의 입장에서 추진됐다. 예를 들어 아동이 원가정과 분리되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지 결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에서는 지자체가 책임의 주체이므로, 공적 시스템 속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력에 의해 아동의 개별 상황을 고려하여 보호방식이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아동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민간기관에 결정을 의존하고 있다.

즉, 아동이 민간 입양기관에 맡겨진 경우 입양절차로, 양육시설에 맡겨지면 해당시설에서 보호하는 절차로 최초 의뢰된 곳에 따라 임의로 결정이 이루어지며 진행된다. 심지어 아동이 그동안 학대 경험이 있는지, 실종아동인지 등은 각각 별도의 시스템에 각각의 사업별로 기록·관리되어 지원의 중복이나 누락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지난 5월 23일 아동에 대한 국가책임 확대를 기조로 하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아동이 양육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누려야 할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아동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가정에서 분리될 위험이 있는 아동에 대한 분리예방·보호결정·보호서비스·자립지원까지 모든 과정을 지자체 책임 아래 시행할 수 있도록 공적 보호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한다.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요보호아동 발생 시 보호조치 결정에 필요한 상담·가정조사를 그간 민간 보호시설 등에서 형식적으로 실시했으나 지자체가 책임있게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분리 보호가 필요한 경우 공무원, 아동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사례결정위원회’에서 가장 적합한 보호방식(입양, 가정위탁, 시설 등)을 결정한다. 또한 지자체 책임 하에 상담·가정조사, 사례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담인력을 배치한다. 그리고 2019년 7월 중앙입양원을 비롯해 실종, 자립, 학대 등 아동보호를 위한 8개 기관이 통합돼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출범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분절적으로 이루어져왔던 아동보호체계가 통합적으로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리고 2021년까지는 사업별로 분절된 아동관련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통합해 일원화된 정보관리체계를 마련한다고 한다. 이러한 아동전문 통합기관의 탄생과 더불어 그간 미흡했던 공적책무성을 강화하는 구체적 정책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아동이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준비기간과 다양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 아동은 동등한 인간으로서 기본적 인권을 향유하는 주체임과 동시에 이러한 권리 행사를 위한 사회적 보호와 지지를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즉, 아동에 대한 지원은 국가의 수혜나 혜택이 아니라 독립된 인격적 삶을 인정받기 위한 아동의 권리이다.

특히 가정 내에서 필요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의 보호와 지원은 공적 역할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를 기점으로 ‘아동의 권리’로서 누려야 하는 ‘아동에 대한 지원’이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아래 획기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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