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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원하는 내용만 담은 허점투성이 에너지 기본계획
정부가 7.6%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40년까지 최고 35%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 3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지금보다 5배 가량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그만큼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지난 4월 공청회에서 이같은 정부안이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높았지만 결국 원안대로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원자력 발전의 비중은 아예 제시하지도 않았다. 노후 원전 수명은 연장하지 않고, 신규 원전은 건설하지 않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감축하겠다고만 밝혔다. 연말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구체화하겠다고 했지만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1,2차 기본계획에서 적시한 41%, 29%보다 그 비중이 훨씬 낮을 게 뻔하니 내놓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석탄발전 등 다른 발전원의 비중도 빠져있다.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돼야 할 기본계획이 너무 허술하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세계적 추세라지만 우리 여건에선 아직 현실적이지 못하다. 태양열 발전만 해도 그렇다. 비용은 일단 제쳐놓더라도 우선 부지 자체가 절대 부족하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인다는 정부의 2030계획에만 맞추려 해도 한국수력발전원자력(한수원)은 여의도 면적의 34배에 달하는 2962만평의 부지가 필요하다. 한데 한수원이 확보 가능한 건 156만평으로 목표치의 5%에 불과하다. 그나마 새만금 내수면 해상이 그 대부분이다. 한수원의 빚이 지금도 31조원이 넘는 상황이라 나머지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대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전과 발전 5사의 목표치를 다 합하면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물며 3차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발전량을 충족하려면 그야말로 답이 없다. 이미 속출하고 있는 폐 패널 처리나 중금속 오염 등 환경 훼손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전력수급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기업의 경쟁력도 유지되기 어렵다. 정부 에너지 정책에 불안을 느낀 일부 기업은 아예 자체 발전소 건립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그나마도 힘들다고 판단되면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겨갈 것이다.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 뒤따르는 경제적 손실도 적지않다.

에너지 정책은 경제성과 환경성, 산업경쟁력, 에너지 안보 등을 다각적으로 감안해 입안돼야 한다. 탈원전을 전제로 끼워맞추기식으로 흐르다가는 자칫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에너지 정책의 골격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물론 원전을 포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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