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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서 사라진 문인들
홍정선 인하대 명예교수, 문학교과서 ‘친일작가’ 배제 지적

사진은 왼쪽부터 이광수, 최남선, 서정주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올해 3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와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바뀐 국어교과서에 우리에게 익숙한 문인들의 이름이 사라졌다. 우리 근대 문학의 효시인 최남선, 이광수를 비롯, 김억, 김동인, 주요한, 임화, 서정주 등이다. 친일파 문인이란 딱지가 붙어 교과서에서 배제된 것이다.

평론가 홍정선 인하대 명예교수가 이런 ‘불구가 된 한국문학교육’에 대해, 계간지 ‘대산문화’ 여름호에서 쓴소리를 했다.

홍 교수는 ‘문학교과서와 친일문제, 그 해결점을 찾아서’라는 글에서 이들 작가의 작품은 금성출판사판 문학교과서에 서정주의 시 ‘신선 재곤이’가 수록된 것을 제외하곤 전무하다, “교육부에서 친일파 배제라는 편찬의 지침을 정했기 때문에” 이런 자연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민주화항쟁 때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문학의 해금, 복권과 비교했다. 70,80년대 민주화를 외친 세대들이 반불구가 된 한국문학을 바로 잡기 위해 카프 계열 문인들의 해금과 복권을 주장했는데, 민주화를 이룬 지금, 되려 그들이 우리 문학교과서를 다시 불구로 만들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문학사에서 육당 최남선을 배제하고 근대 자유시의 형성을, 이광수를 배제하고 한국 근대소설의 시작을 이야기할 수 없으며, 미당 서정주를 배제하면서 식민지 시대 한국시의 발전과 성취를 얘기할 수 없는데, 그런 식의 절름발이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우리의 근대문학은 “친일을 원죄로 안고 태어난 문학”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카프 작가 임화 역시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시를 썼음을 예(’그의 꿈꾸는 사상이 높다랗게 굽이치는 동경(東京),/모든 것을 배워 모든 것을 익혀,/다시 이 바다 물결 위에 올랐을 때,/나는 슬픔 고향의 한 밤,/홰보다도 밝게 타는 별이 되리라‘)로 들었다.

홍 교수는 현재 문학교과서가 ‘일제강점기’란 시대적 배경으로 편협한 읽기를 강요하는 데 대해서도 따갑게 지적했다.

가령 이상의 시 ‘거울’을 수록한 교학사의 국어교과서의 경우, “이 작품을 일제강점기의 지식인이 당대현실에 대한 인식을 형상화한 현대시라고 설명하면서 학생들에게 화자의 상황을 통해 현실의 상황을 짐작해 보는 방식으로 감상해보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배경과 지나치게 연관짓는 방식은 한국문학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일본에겐 조직적 반일 교육의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홍 교수는 지적한다.

홍 교수는 “우리의 문학교육은 식민지 시대의 문학에 대해 친일은 나쁘고 항일은 좋다는 식의 단순한 도식을 별다른 고뇌없이 적용하고 있다”면서, “문학교육은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다르게 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다르게 읽는 사람을 존중하고, 다르게 읽을 권리를 기꺼이 인정해 주는 교육이다. 그러면서 왜 다르게 생각하는지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키워주는 교육이다”고 역설했다.

문학교육의 목표는 그렇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경쟁하며 공존하는 법을 알아가는 데 있다는 것.

홍교수는 “식민지 시대는 우리 모두가 법적으로 일본인으로 살아야 했던 시대였다”며, “이런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일본인으로 생각하며 살아야 했던 사람의 고뇌를 포용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홍 교수는 역사에 포용적· 극일적 태도를 보여준 사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10월 초 일본 방문때, 목포상고 시절 은사인 모쿠모토 이사부로 선생을 찾아 “센세이 와타시데쓰. 아노 다이주데쓰요(선생님 접니다. 그 대중입니다)”라고 인사하며 가르침에 감사의 인사를 표했던 사건을 소개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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