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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家 반면교사 없는 기업들, 비상 승계절차 여전히 태부족
코스피 161개사 첫 지배구조 공시
53개사 “명문화된 승계정책 없다”
거래소, “불성실공시 지정, 올해까진 계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최근 한진그룹을 계기로 ‘승계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은 비상시 승계정책 마련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코스피 비금융사 161개 기업이 제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53개사는 ‘최고경영자 선임정책 및 승계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장사들이 승계 관련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공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동안 지배구조 보고서 제출은 기업들의 자율에 맡겨졌지만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기업을 대상으로 의무화했다. 금융사(39개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전부터 지배구조 연차 보고서를 의무 제출해왔지만 올해부턴 최초로 비금융사까지 이를 확대했다.

거래소는 공시해야 할 핵심항목 15개 중 하나로 ‘최고경영자 선임 및 승계절차’를 명시했다. ▷비상시 대응 방안 ▷승계절차 ▷후보자 교육제도 등에 대해 반드시 기재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아모레퍼시픽, 오뚜기, 아시아나항공, 오리온, 대상, 엔씨소프트 등 53개사는 ‘명문화된 승계정책이 없다’고 공시했다. 승계정책이 없다면 그 이유와 향후 계획까지 밝혀야 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고경영자 승계 기준 마련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불확실성이 큰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상황에 맞는 전문 경영인을 선발해 대응하는 것이 더 유용한 방법으로 판단한다”며 미준수 사유를 밝혔다.

현대차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에 대한 명문화된 별도 규정은 없지만 대표이사 유고시 정관에 따라 사장, 부사장 등의 순으로 직무를 대행한다”고 밝혔다. 오뚜기는 승계정책이 없는 사유를 별도 명시하지 않았다.

승계정책이 있다고 공시한 108개사 역시 대부분 추상적 서술에 그쳤다. 호텔신라는 “이사회 결의에 따라 최고경영자 선임하며 유고시 미리 이사회에서 정한 순위에 따라 직무를 대행한다”고 했다. LG생활건강도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회사의 핵심가치와 비전을 효율적으로 실행할 역량을 갖춘 후보자인지 검증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승계 후보자의 구체적 자격요건과 교육훈련 내용 등을 명시하지 않았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이사회 의결과 정관에 따라 최고경영자 선임한다고 기재한 건 원래 취지에 비해 한참 미흡한 수준”이라며 “승계 후보자가 어느 수준의 성과와 경험이 필요한지 정리하고, 거기에 맞춰 후보자를 선별해 어떻게 교육훈련하는지가 담겨야 올바른 승계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기업은 이번 지배구조 보고서 제출을 계기로 승계정책을 수립할 뜻을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승계절차, 임원 및 후보자 교육제도 등을 포함한 승계정책 수립을 중장기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삼천리도 “HR부서 등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명문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고 했고, LS도 “향후 최고경영자에 가장 적합한 후계자를 선정하고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기업들의 지배구조 보고서 내용이 부실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지만, 올해가 첫해인 만큼 계도나 권고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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