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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촛불청구서, 왜 내미는 겁니까?
사석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얼마전 결혼한 자녀 근황 등 즐거운 화제를 올리다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사건건 ‘촛불 청구서’를 들이미는 민주노총 얘기가 나오면서다. “아니, 혁명이라면서요? 촛.불.혁.명. 그런데 청구서는 왜 내미는 겁니까?”

혁명.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엔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이라 정의됐다. 굳이 따지자면 사전적 정의에선 다소 벗어난다. 하지만 2016년 그 겨울, 광화문을 가득 채웠던 촛불에 우리는 주저없이 ‘혁명’이란 단어를 붙였다. 혁명의 주체는 누구 한 사람도, 어느 한 집단도 아니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대한민국 국민의 염원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른바 ‘촛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청구서 폭탄을 맞는다. 금액 한도도 없고 유효 기한도 따로 없는 청구서다. 수신인은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끝도 없이 날아드는 청구서에 맥없이 끌려다니는 중이다. 이 기업인은 말한다. “정권 창출 주도세력이라면 청와대나 정부에 들어가서 일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혁명이라고 해놓고 그들이 무슨 자격으로, 왜 청구서를 내미나. 촛불을 들었든 안들었든, 그 당시 모든 국민이 다 한마음이었다.”

대한민국 양대 노총의 한 축인 민주노총은 현 정부 들어서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2016년 말 73만명이던 조합원 수는 2018년 말엔 95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4월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선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선언했다. ‘200만 시대 도약’을 천명했지만 몸집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산하 노조의 불법 폭력 사태는 끊이지 않고 있다. 회사 임원을 감금·폭행하고 관공서를 무단점거한다. 국회 담장을 부수고 경내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한다. 최근엔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에 진입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관들을 폭행했다. 주주총회를 막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법원 결정도 무시한 채 주총장인 한마음회관을 사전 점거하고 이곳 상인들을 내쫓았다. 수천만원의 매출 손해를 보게될 식당 주인들이 들어가게 해달라고 사정했더니 노조는 “노동자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니 이해하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이익만 중요하고 다른 이의 노동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 참여는 내팽개친 채 법과 공권력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못본 척, 못들은 척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노조, 비정규직보다 정규직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보다 공공부문 노조의 이익에 목청을 높이고, 온갖 정치현안에 개입하는 이들에 대통령과 여당은 한마디도 안하고 있다. 과격 노동계를 향한 대통령의 비교적 따끔한(?) 메시지는 “과거 노동이 ‘투쟁’으로 존중을 찾았다면, 앞으로는 ‘상생’으로 존중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한 게 전부다. 고액 연봉의 ‘귀족’ 노조가 2000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까. ‘폭력’ 노조에 눈 감은 정부가 진정한 ‘노동 존중 정부’라고 할 수 있을까. 이쯤 되면 민주노총이 아니라 우리 정부에 묻고 싶다. 촛불 청구서, 왜 차단하지 않는 겁니까? 

조범자 사회섹션 에디터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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