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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사愛樂 2019] (1) ‘나이든 아재의 봉사 이야기’ 61세 7330봉사자, 정광열 씨
지난 5월 31일 ‘대한체육회 7330봉사단 발대식’에 참가한 최고령자 정광열 씨. [사진=박건태 기자]

선진국일수록 자원봉사가 활발히 일어납니다.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도달했지만, 아직 자원봉사에 대한 의식수준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나눔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서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 대한체육회, 한국문화원연합회와 함께 봉사에 관한 이야기를 봉사愛樂(애락)이라는 타이틀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근양 기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마태복음 6장 1절에 나오는 문구다. 교회에 다니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만한 이 말은, 선행을 남에게 드러내지 말라는 의미다. 이 구절을 깊이 들어가 해석하면 보다 복잡한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표면적인 의미로도 충분히 좋은 울림을 자아낸다. 이는 대한체육회의 ‘7330봉사단 발대식’에서 만난 정광열(61) 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봉사의 형태이기도 하다.

봉사는 그 자체만으로 빛이 나는 행동이다. 대한체육회가 지난 달 31일 양평의 현대블룸비스타에서 개최한 ‘7330봉사단 발대식’에 참여한 봉사자들 모두가 빛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달리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대학생인 가운데 홀로 지긋한 ‘연세’로 존재감을 드러낸 최고령 참가자. 바로 정광열 씨다.

정 씨는 국내 굴지의 치킨 브랜드인 제네시스BBQ의 대외협력담당 사장이다. 바쁜 와중에도 주말을 통해 틈틈이 봉사를 해오던 차에 홈페이지를 통해서 올해로 6회째를 맞는 7330봉사단을 알게 됐고, ‘스포츠봉사도 좋겠다’ 싶어 참여를 결심했다. 지원자격에 나이는 상관이 없었지만 막상 도착해서 참가자의 면면을 살펴보니 대부분 젊은이들이라 내심 당황했다고 한다. 

지난 5월 31일 ‘대한체육회 7330봉사단 발대식’에 참가한 최고령자 정광열 씨. [사진=박건태 기자]

정광열 씨가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한 타인의 선행 때문이다. 약 30년 전, 어머니가 갑자기 아팠다. 급한 마음에 어머니를 부축하고 근처의 병원으로 향했는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라 생각보다 버겁고 이동속도가 느려 조바심이 났다. 마침 초면의 사람이 다가와왔다. 양쪽에서 같이 부축하며 이동해 무사히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은인은 이름도 밝히지 않고 사라졌다. 정 씨가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그때부터다. 자신의 받은 선행을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정광열 씨는 이후 크고 작은 봉사에 많이 참여해왔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크게 이슈가 된 사건에는 대부분 시간을 내 참여했다. 이 날 언급한 것만 해도 세월호 참사, 포항 지진, 강원도 고성 산불 등 굵직한 사건들이다. 사회적으로 많이 회자가 된 사건들인 만큼 기억에도 많이 남는다. 특히 최근에 다녀온 산불현장은 재만 남아 폐허가 된 현장이 아직도 선명히 떠오른다고 했다.

정광열 씨에게는 가족과 관련된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정 씨의 아내는 성당에 다니며 평소 많은 자원봉사를 했다. 7년 전, 아내가 급성 백혈병에 걸려 사경을 헤맨 적이 있었다. 평소에 많은 나눔을 한 것이 복이 되었는지, 간병인 봉사를 통해 병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그때 ‘나눔은 언젠가는 돌아오는 것’이라는 신념이 생겨서 더욱 즐겁게 봉사를 한고 있다.

환갑을 넘긴 기업임원으로 봉사를 손에서 놓지 않는 정광열 씨는 익히 들어온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참 잘 어울렸다. 물론 인터뷰 중 직업 탓인지 슬쩍 회사 홍보를 하는 재치있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진정한 봉사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음지에서 타인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손길이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진정한 봉사죠. 누구도 소외받고 눈물짓지 않는,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개인의 힘은 보잘 것 없지만 이런 좋은 행동이 모이다 보면 사회에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정광열 씨는 ‘나이 든 아재’쯤 된다. 그다지 경쾌한 느낌을 전하지 않는 ‘아재’가 ‘봉사’라는 단어를 만나니 썩 괜찮아 보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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