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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유료방송 시장 불확실의 주범
“이제 뭐라도 결론이 좀 났으면 좋겠습니다. 지쳐요.”

유료방송 시장이 안개 속이다. 유료방송 사후규제가 새로 마련될지, 아니면 일몰됐던 합산규제가 재도입될지 말 그대로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유료방송 정책을 맡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사후규제 방안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시장집중 사업자 지정, 요금제 승인 방식이 쟁점이다. 훈훈하게 절충안을 만들면 좋겠지만 각 부처의 업무소관이 얽힌 일인 만큼,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다.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면서도 방송의 공공성을 내세워 정부에 새로운 유료방송 규제방안을 마련하라고 야단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6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규제방안을 보고받았으나, 정작 법안심사소위원회 날짜조차 잡지 못했다. 일단 과기정통부에 방통위 안을 포함한 최종 규제방안을 가져오라고 떠밀었지만 가져오더라도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할지, 언제쯤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올해 들어서 몇 안 되는 법안소위가 열릴 때마다 “합산규제 관련 결론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되풀이 했지만, 양치기 소년의 외침일 뿐이다.

유료방송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합산규제다.

합산규제는 특정계열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1/3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케이블TV, IPTV와 달리 위성방송은 점유율 규제가 없다는 ‘입법미비’를 이유로 도입됐다. 사실상 유료방송 시장 1위 KT를 겨냥한 법이다. KT그룹은 IPTV(21.12%)와 위성방송(KT스카이라이프, 9.95%)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합산규제의 타당성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 다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합산규제는 2015년 6월 도입돼서 지난해 6월 효력을 다했다. 원래대로라면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야 할 법이지만, 일몰 1년이 다돼가도록 아직도 시장을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일을 키운 것은 국회다.

우여곡절 끝에 합산규제가 도입된 지 3년, 국회는 단 한 번도 유료방송 규제정책과 관련된 논의를 하지 않았다. 합산규제 도입 전까지 여야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업의 이해득실과 이에 따른 정쟁 탓에 법률적 효력이 다하도록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장의 ‘교통정리’를 해줘야 할 정부는 숨죽이고 국회 눈치만 봤다. 이 과정에서 유료방송 정책 철학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일몰 시기가 다가오는 지난해 상반기가 돼서야 합산규제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끝내 일몰기한이 지나고 난 후에는 재도입 주장이 나왔다.

합산규제가 도입되기 한참 전부터 유료방송 업계가 들끓었던 점을 고려하면, 합산규제와 둘러싼 논란만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사이 이해관계가 다른 각 진영에서는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됐다. 각각의 논리 또한 별다른 진전이 없다. 또다시 지루한 논쟁의 시작이다.

유료방송 정책이 표류하는 사이 미디어산업은 격변의 시기에 놓였다.

TV는 더 이상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보는 것’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보는 것’이 됐다. 이제 시청자는 ‘본방사수’를 위해 시간 맞춰 TV를 켜지 않는다.

유튜브,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국내 영향력 또한 착실하게 커지고 있다. IPTV 가입자가 케이블TV 가입자를 뛰어넘는 ‘골든크로스’는 이미 일어났으며, IPTV의 케이블TV 인수합병(M&A) 시도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합산규제 재도입이 옳느냐 그르냐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유료방송 사후규제 방안을 어떻게 할 것이냐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이 불확실할 때 기업은 주저한다. 투자도, 전략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불확실성이 규제에서 기인할 경우 더욱 그렇다. 결국 국회와 정부가 유료방송 시장의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주범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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