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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시원 입주 열흘 만에 ‘묻지마 살인’…고개드는 ‘중국인 포비아’
-이웃 주민들 “가산동은 비교적 조용한 동네였는데” 불안 호소
-대림동도 함께 뒤숭숭… 중국동포들 “범죄자 취급 억울해” 한숨
-실제 통계서 중국인 범죄율은 전체 외국인 중 중간 정도 

지난 20일 오후 방문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한 고시원. 이곳에서 고시원 주민 50대 남성이 30대 중국동포에 의해 살해돼 19일 오후 발견됐다. [김용재 인턴기자/kyj192@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정세희ㆍ김용재 인턴기자] 지난 20일 오전 방문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고시원 복도 끝에는 선풍기 한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이 고시원 거주하던 50대 남성은 옆방에 살던 30대 중국동포에 의해 살해된 채 전날 발견됐다. 선풍기는 코를 찌르는 사체 냄새를 빼기 위한 것이었다.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고시원 주민 박 모(44)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복도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잖아요. 어제 사건 때문에 술을 잔뜩 마시고 일하러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연이어 발생한 중국 동포의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주민들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금천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한국인을 흉기로 살인한 혐의로 구속된 30대 중국 동포 김모(30) 씨가 범행 당일 고시원에서 다른 살인을 저질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을 접한 고시원 주민들은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박 씨는 “1년 넘게 살았지만 아무 문제 없이 조용했던 곳이다. 대림동에 중국 동포들이 강력 사건을 많이 일으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가산동까지 퍼질 줄 몰랐다”며 불안해했다. 고시원 주인에 따르면 중국동포 김 씨가 고시원에 온 것은 이달 4일이다. 피해자가 고시원에 온 것은 5월 5일로, 이웃으로 산지 ‘열흘’ 만에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20일 오후 방문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한 고시원의 복도. [김용재 인턴기자/kyj192@heraldcorp.com]

인근 주민들 역시 불안감을 호소했다. 고시원 근처 가게에서 일하는 정모(67) 씨는 “같이 일하는 중국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직장 바로 위에 두 명을 죽인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걸 인지하니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중국동포에 의한 강력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근 가게 종업원 최모(57) 씨는 “중국동포들이 한국으로 들어올 때 전과가 있으면 못 들어오게 하는 등 비자검열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범죄 중 중국인이 저지른 강력범죄 비율은 크지 않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조선족 포함)의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검거 건수는 2220명으로 한국인(3495명)의 63.5%다. 중국인의 범죄율은 다른 국적의 외국인과 비교해도 높지 않다. 범죄율이 가장 높은 국적은 러시아로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검거 건수가 중국의 두 배가 넘는 4837명이다. 그 다음은 몽골로 4678명이다. 중국은 경찰청이 분류한 16개국 가운데 중간 정도에 그쳤다. 

서울 영등포구의 대림동 거리의 모습. 중국 동포들은 최근 중국동포의 강력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 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더욱 짙어질까 걱정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하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수가 많다 보니 알려지는 사건도 많고,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중국동포의 강력범죄에 대해 많이 다뤄져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중국 동포들은 잠잠해질 때마다 등장하는 중국인 강력사건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화장품 가게에서 만난 중국동포 A(43) 씨는 “뉴스에서 피의자가 중국 동포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속상하다”며 “한국인의 불안감도 이해하지만 모든 중국동포들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억울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국 동포라는 사실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게 부각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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