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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쥴’에 쏠리는 눈
2년 전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를 출시할 때까지만 해도 국내 담배시장에서 전자담배는 매우 낯선 제품이었다. 말랑한 필터를 물고 깊숙이 들이마시는 필터 담배에 익숙하다 보니 딱딱한 전자기기로 담배를 피운다는 게 영 마뜩찮은 탓이다. 하지만 흡연자들도 꺼려지는 담배 냄새를 획기적으로 줄인데다 연무량이 느는 등 기술 개발이 이어지자 넥타이 부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예전 담배처럼 궐련을 한 개씩 끼워 피는 방식도 거부감을 줄였다. 그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시장의 12%를 차지하는 등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궐련형이 전자담배 대전의 ‘1라운드’를 열었다면, 2라운드는 액상형이 출전을 준비 중이다. 미국에서 ‘전자담배의 아이폰’이라고 불리는 쥴(JUUL)이 오는 24일부터 GS25와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쥴은 CSV(폐쇄형 시스템) 전자담배로, 액상 카트리지를 기기에 꽂아 사용해 ‘액상형 전자담배’라고 불린다.


업계가 쥴의 국내 상륙을 주목하는 것은 쥴이 미국 시장에서 거둔 혁혁한 성과 덕이다. 2017년 초만 해도 13.6%에 불과했던 미국 내 쥴의 전자담배 점유율이 2년 만에 70%를 넘어섰다. 담배 냄새가 거의 안 나는데다 디자인이 이동식저장장치(USB)와 비슷해 담배 같지 않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궐련형의 단점이었던 예열이 필요 없어 바로 흡연을 할 수 있고, 기기 청소도 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도 부각됐다.

담배 업계나 담배의 주요 유통 채널인 편의점 업계에서는 쥴의 상륙을 반기는 분위기다. 침체돼 있던 담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지 않느냐는 기대감 때문이다. 2년 전 일반 담배 시장이 정체됐을 때 궐련형 전자담배가 새 바람을 일으켰던 것처럼 액상형 전자담배도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제조사인 KT&G는 쥴 출시 사흘 후인 오는 27일 액상형 제품인 ‘릴 베이퍼’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제품 개발은 이미 끝났지만, 쥴의 상륙으로 액상형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판단, 출시 시기를 늦춘 것이다.

반면 보건당국과 중ㆍ고교 등 교육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쥴이 앞서 언급했듯 냄새가 없고 디자인이 USB를 닮다 보니 청소년들이 부모와 교사의 눈을 피해 쉽게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청소년들이 학교 화장실은 물론, 교실에서도 쥴을 피워 사회 문제가 될 정도다. 쥴이 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안 미국 고교생의 흡연율은 11.7%에서 20.8%로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쥴이 상륙하면 청소년 흡연 문제 뿐 아니라 담뱃세도 다시 이슈가 될 수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이 일반 담배의 62% 수준으로, 과세 형평성 문제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 출시 예정인 쥴의 액상 카트리지 포드(POD)는 니코틴 함량이 0.7㎖ 임을 고려하면 부과되는 세금이 총 1769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일반 담배(3323원/1갑)의 절반(53.2%) 수준이다. 쥴 포드의 개당 소비자가격이 궐련형 전자담배 1갑과 같은 4500원에 출시된다면 쥴 포드에 부과되는 세금은 소비자 가격의 39.3%에 불과해진다. 일반 담배가 소비자가격의 73.8%를 세금으로 내는 점을 보면 과세 형평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담뱃세 격차에 따른 과세 형평성 논란은 2년 전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출시될 때도 있었다. 필립모리스가 2017년 5월 아이코스를 출시할 당시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 기준이 정해지지 않다 보니 담뱃세로 출시 가격의 50~60%를 냈었다. 이에 납부 세금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법률 개정을 통해 개별 소비세, 담배소비세, 건강증진부담금 등이 잇따라 인상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국내 시장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는 액상이 샐 가능성이 있고 타격감이 적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다 보니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며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쥴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쥴의 국내 상륙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신소연 소비자경제섹션 컨슈머팀 차장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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