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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ㆍ사학ㆍ군인연금, 재정건전성 위기 심각…“거버넌스 개선 시급”
<표> 해외 연기금과 수익률
-공적 직연연기금 10년 수익률, 글로벌 연기금 절반 이하
-책임ㆍ전문성 없는 기금운용위원회…보수적 자산배분→장기수익률 저하
-학계 전문가 “자금운용조직의 독립성 확보 절실…위원회 상설화ㆍ전문성 향상 필요”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 직역 연기금들이 취약한 운용지배구조와 이에 따른 자산배분 역량 부족으로 인해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10년 평균 수익률을 보면 글로벌 주요 연기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모습이다. 자산운용의 자율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확보하는 ‘거버넌스(경영체제)’ 개혁을 통해, 재정건정성을 제고하고 막대한 연금충당부채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회계연도 결산 자산ㆍ부채 현황’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충당부채 규모는 753조9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말 대비 11.7% 증가한 규모다. 군인연금의 충당부채 또한 전년 대비 9.1% 늘어난 186조원에 달했다. 연금충당부채란 퇴직 공무원과 군인에게 줄 미래의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을 말한다. 국가의 직접 채무는 아니지만, 연금 가입자들이 기금에 내는 돈에 비해 기금이 지급하는 연금액이 많아지면 부족분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그러나 직역 연기금들의 연금충당부채 상황과 비교해 각 연기금이 운용하고 있는 여유자산은 그 규모가 턱없이 작다. 공무원연금의 지난해 여유자금(연중 자산운용평잔 기준)은 약 9조9129억원에 그치고, 군인연금의 경우에도 2017년 말 기준 여유자금이 9781억원으로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태호 한국금융자산연구원장은 최근 한국연금학회의 춘계학술대회 ‘공적연금의 기금운용 거버넌스’에서 발표한 자료를 통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모두 잠재연금부채 대비 자산을 고려하면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 위기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수익률이라도 높아야 하지만, 글로벌 연기금과 비교하면 그 수익률이 절반 이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획재정부 통계시스템 등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의 최근 10년 평균수익률은 4.07%, 5.28%, 2.49% 수준이다. 2017년 자료를 토대로 확인한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의 10년 평균 수익률이 8.89%, 8.6%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저조한 성과다.

학계 전문가들은 공적 직연연기금들의 취약한 자산운용 거버넌스가 부진한 운용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연기금의 장기 수익률은 주로 자산배분의 차이에서 기인하는데,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자산배분안을 심의하고 그 결과를 책임질 위원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산배분에 있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글로벌 연기금의 위험자산투자 비중을 보면, 주식투자와 대체투자의 비중이 80%에 육박하는데, 국내 연기금들의 채권비중은 아직도 40% 선에 육박한다.

구체적으로 국내 연기금들의 지배구조 어떤 부분이 취약할까. 평가의 틀로 참고할 만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하고 있는 ‘좋은 지배구조의 원칙’이다. OECD는 ▷책임의 규정이 확실해야 함 ▷이사회의 구성이 좋아야 함 ▷책임(연금의 회원,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책임) ▷적합성(전문지식, 경험) 등 11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책임의 규정이 확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직연연금 모두 공통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의 책임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이사회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의사결정은 주로 이사장(CEO)나 최고투자책임자(CIO)에 의해 이뤄지고 위원회는 의례적인 통과기관으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다. 이태호 한국금융자산연구원장은 “현재 직역연기금들의 위원들은 실질적으로 책임으로부터 면제돼 있다”며 “비상근이면서 회의수당을 지급하는 형태의 구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심의기구이면서도 제대로 심의할 수 있는 능력이나 시간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외형적으로는 권한과 책임이 명확히 규정된 다수 위원회 및 전문위원회가 있지만, 위원들의 전문성이 축적되거나 활용되지는 않고 있다는 평가다.

또 OECD는 연기금 이사회의 회원들(국내의 경우 기금운용위원)이 경험과 전문성 측면에서 ‘적합성(Suitability)’를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국내 직역연금 모두 적합성의 기준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호 원장은 “어떤 위원회 위원들은 적합성을 충족하나, 최고 의결기관인 기금운용위원회는 투자 전문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위원들에게 적합성을 위한 교육의 기회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연기금의 경우 위원회를 보좌하는 전문 조직이나 컨설팅기업이 위원들의 전문성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한국의 연금들은 그러한 기관을 두고 있지 않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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