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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도 넘은 막말정치…내년 총선서 호된 심판 직면할 것
정치권에 난무하는 막말이 정도를 넘어선 듯하다. 상대 진영 공격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거친 말도 거리낌없이 쏟아낸다. 그렇다고 대단한 정치적 쟁점이 있어 그러는 것도 아니다. 당장 눈앞의 지지세력 결집만 눈에 급급하느라 말을 가려 할 경황조차 없는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최소한의 품격도 찾아보기 어렵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은 귀를 의심할 정도다. 하긴 이게 한국 정치판 수준인지도 모른다. 나 원내대표는 논란이 확산되자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유래를 모르고 쓴 말”이라며 부랴부랴 사과문을 내놨다. 무슨 뜻인지 모르고 말을 꺼냈다는 것인데 그게 더 큰 문제다. 정치인, 특히 지도자급 정치인의 발언은 의도했던 아니든 엄청난 무게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어휘 선택에 유의하고 꼭 해야 할 말만 가려서 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 원내대표는 스스로 그럴 능력이 없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그는 원내대표에 취임하면서 ‘실력을 갖춘 품격있는 야당’을 기치로 내걸었다. 한데 그의 행동과 발언은 이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지난 3월 문 대통령을 ‘김은정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을 꺼내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외신에서 보도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원내대표가 국회 연단에서 인용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 야당 원내대표의 현직 대통령 비판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서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은 지켜줘야 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광주 방문에 대해 ‘일부러 얻어 맞으러 오는 것’이란 언급 역시 절절하지 않다. 게다가 황 대표가 광주에 오면 “눈도 마주치지 말고, 말도 붙지지 말고, 악수도 절대 하지 말라”는 ‘3무(無) 지침’까지 제안했다. 유 이사장은 황 대표 광주 방문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의도”라는데, 되레 그의 3무 발언이 지역간 갈등의 골을 더 키우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른바 ‘5ㆍ18망언’ 한국당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차원이라고 하나 너무 나갔다.

나 원내대표 막말 파문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한국당 지지율이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품위를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정권의 실정을 질타할 수 있다. 민생을 팽개친다는 비판을 들으며 장외 집회를 강행하는 것 보다 품격있는 대안정당의 이미지를 심는 게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그게 한국당이 살아나는 길이기도 하다. 여당인 민주당도 ‘품격있는 정치’의 모양새를 더 갖춰야 한다. 한국당 흠집내기로는 내년 총선을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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