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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화 투사의 두 얼굴…로힝야 학살 취재기자 석방에 아웅산 수치 격노
[헤럴드경제]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던 아웅산 수치 여사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언론의 자유에 반대하는 이중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로힝야족 학살을 취재하다 체포됐던 로이터 통신 기자들의 석방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것이 미얀마 군부가 아니라 아웅산 수치 여사라고 보도했다.

유엔(UN) 주재 미국 대사 출신으로 로힝야족 문제 해결을 위해 수치가 구성한 국제자문위원회에 동참했던 빌 리처드슨은 지난해 초 기자 석방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수치가 격렬한 반대를 했다고 전했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당시 “수치가 얼굴이 덜덜 떨릴만큼 화를 내서 만약 내가 조금 더 가까이 있었으면 한 대 맞아겠다 싶을 정도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 석방 문제 등 여러가지로 수치와 갈등을 빚은 후 자문위원회 위원직을 내놨다. 자문위원회를 떠나며 그는 “자문위원회가 미얀마 정부를 위해 (불편할 진실을) 가리는 ‘치어리더’ 같은 조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미얀마의 정치평론가 데이비드 메티슨은 “완고한 성격과 로힝야 학살 및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부인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수치가 사태 해결의 최대 걸림돌이 됐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7일 로이터 통신의 와 론(33), 초 소에 우(29) 기자는 윈 민트 미얀마 대통령이 사면하면서 구속된지 511일만에 출려났다. 이들은 지난 2017년 12월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주민 10명에게 자행된 학살사건을 취재하다 국가 기밀문서를 불법적으로 취득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평소 알고지낸 경찰관에게 국가 기밀문서를 건네받은 혐의로 양곤 시내의 식당에서 체포됐지만, 재판 과정에서 당시 경찰관이 윗선의 지시로 두 기자를 불러내 이른바 ‘함정수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서에 담긴 정보도 국가 기밀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미얀마 법원은 지난해 9월 두 기자에게 각각 징역 7년을 선고했고, 국제 사회에서 거센 비난이 잇달았다. 두 기자가 속한 로이터는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학살 사건 취재에 관한 공로로 퓰리처상 국제보도부문상을 받았다. 두 기자는 지난해 피살된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와 함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이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탄압을 집단 학살과 반인도적인 범죄로 규정,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군과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맞서왔고, 두 기자의 보도로 로힝야족 탄압에 대한 진실이 전해졌다. 재판 과정에서 미얀마 정부의 무리한 법 적용 등이 문제가 됐으나 대법원은 이에 관계없이 중형을 선고했다. 사면권한을 가진 윈 민트 대통령도 두 기자를 석방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외면해왔고, 수치는 두 기자들을 ‘반역자’라 언급할 정도로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즈는 한때 군부 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의 상징으로 꼽혔던 수치의 ‘이중성’에 대해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던 수치가 ‘언론탄압’으로 비치는 행동을 해 온 것이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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