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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소설 쓴 작가가 새내기에게…‘정말 소설을 쓰고 싶은가’

“소설가가 소설 집필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 최소한의 상식이 이상적이거나 금욕적으로 보인다면, 당신이 진짜 노리는 것은 소설이 아닌 것에 있으므로 펜을 들기 전에 이렇게 자문하십시오. ‘정말 소설을 쓰고 싶은가’ 하고.”

문단과 일절 교류하지 않고 오직 집필에 전념해 온 고독과 은둔의 작가, 마루야마 겐지가 미래의 소설가들을 향해 쏟아낸 고언이다. 그가 소설만 쓰겠다는 자신의 철칙을 깨고 옆길로 샌 건 그만큼 문학의 위기감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강연이나 TV 출연을 통해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면 우쭐대고 특별대우에 익숙해버리는 작가, 처신만 잘하면 중진의 길에 올라 당당하게 활보하는 작가, 작가와 친목쌓기에 급급한 편집자. 동시대의 작품을 열심히 읽지 않는 평론가 등 잘못된 문단 세태를 보다 못하고 나선 것이다.

그가 정말 재능이 많고 의욕이 넘치는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진정한 미래의 작가들에게 들려주는 얘기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30년 동안 쌓아온 것들이다.

겐지는 글쓰기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데 여타 작가들이 들려주는 글쓰기 작법과 다르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기도 전에 펜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 또한 한번 쓴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서 나아가서는 안되고 쓰기 시작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죽 나가라고 조언한다. 세부에 지나치게 신경쓰다 보면 전체를 놓치고 끝내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원고는 차분하게 다시 읽으면서 소설다운 소설로 만드는 과정이 필수다. 옮겨 쓰면서 다듬는 것이다.

겐지는 특히 소설가의 자세를 강조하는 데, 일반 직장에 다니는 사람과 같아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편집자에 기대지 말 것, 원고료만으로 생활할 것, 아무리 쪼들려도 선인세를 요구하지 말라 등 구체적이다.

요즘 현실과 맞지 않는 고리타분한 얘기로 들릴 수 도 있지만 글쓰기의 본질을 새삼 상기시킨다. 일본 문학의 미래를 위해 작정하고 쓴 글인데, 우리 소설의 현실에 대한 질타로 읽어도 좋을 만큼 따갑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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