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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직구 빈볼은 흉기다
신체 접촉이 많은 아메리칸 풋볼이나 아이스하키 게임은 선수 간 충돌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힘과 힘, 완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해야 하는 경기의 성격상 층돌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야구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넓은 필드에 타자1명과 수비수 9명이 드문드문 서서 볼을 치고받기 때문에 신체 접촉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선수 간 충돌이 자주 일어난다. 투수가 타자를 향해 빠른 볼을 던지거나 베이스에 들어가기 위해 공격 팀 선수가 쇄도할 때 서로 부딪치게 되고 이것이 도를 넘으면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폭력이나 몸싸움을 막기 위해 각 경기단체들은 엄격한 벌칙을 마련해 놓고 있다. 퇴장, 경기출장 금지 심지어 무 관중 경기 등. 지난 주 두산의 김태형 감독과 롯데의 양상문 감독간 경기 중 설전이 벌어졌다. 선수들끼리 부딪치는 일은 있어도 감독들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흔치 않다. 볼에 맞은 선수가 경기장을 떠나자 두산의 감독이 상대선수를 나무랐고 이를 본 롯데 감독이 덕 아웃에서 튀어나오고 선수들이 뒤따라 나오면서 벤치 클리어링(bench clearing brawl)이 일어났다. 잠시 경기가 중단되었을 뿐 확대되진 않았다.

야구에서 빈볼은 늘 시비 거리이다. 실투로 타자가 볼에 맞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간혹 의도적인 투구가 말썽의 씨앗이다. 감독이나 선수들은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를 직감으로 안다고 한다. 관중석에 앉아 있어도 의도된 실투(?)를 선별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싸움은 일어난다. 싸움이 일어나면 ‘OK목장’의 결투처럼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오는데 대부분 으르렁대다가 더그아웃으로 돌아간다.

빈볼은 대단히 위험하다. 140km를 넘나드는 딱딱한 볼에 맞으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타자는 헬멧을 쓰고 직구로 머리를 맞추면 투수를 즉시 퇴장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사의 문제일 수도 있고 선수 생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프로야구 불문율에 ‘보복의 원칙’(law of retaliation)이란 것이 있다. 상대팀에 자기 동료가 맞았다면 다음 공격에서 위협구를 던지는 것이다. 의도적인 것으로 판명되면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의도성을 금방 판명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이번 두산 정수빈 선수의 경우도 제3구단 코치나 선수 스스로 의도적인 것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갈비뼈에 금이 가고 폐에 피가 고인 중상이다.

금년에도 많은 선수가 빈볼에 맞아 재활 치료를 하고 있다. 장기간 치료를 한다면 구단은 물론 선수 커리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맞추려고 빠른 볼을 던질 경우 알아도 피할 수 없단다. 이것은 흉기를 휘두르는 것이나 진배없다. 일부러 직구로 타자를 맞추는 행동에 대한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 현재 공에 맞으면 1루 진출을 허용하는데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축구에서 페널티 킥이 있듯이 직구 빈볼이라고 판정되면 1루 진출이 아니라 홈런처럼 1점을 주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조심스레 해 본다.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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