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 대통령과 CEO, 역할체인지를 해보면 어떨까?
“현장을 이렇게까지 몰랐단 말인가!”

잘 나가던 공직을 접고 대기업으로 옮긴 전직 관료에게 소감을 묻자 나온 한마디다. 공직 시절 기업과 기업인들의 바램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자기 반성이다.

최근 만난 지방의 상공회의소 회장은 요즘 경영 어떠시냐는 질문에 첫 마디가 “(현 정권은) 왜 기업인들을 핍박합니까”이다.

쌍심지가 켜진 눈에서는 더 물었다가는 욕이나 눈물이 나올 듯했다. 핍박이란 용어가 가진 의미치고는 너무 쉽게 뱉어졌다. 일련의 기업 및 경제정책은 사실상 씨를 말리는, 벼랑끝으로 내모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시각이다.

바로잡겠다던 기울어진 운동장은 이젠 반대로 심하게 기울어졌다. 그 끝자리에서 기업과 기업인들이 대롱대롱 메달려 있는 형국이다. 너무 많이 두들겨맞아 ‘그로기’ 상태이기도 하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던 부동산정책은 아예 거래절벽을 만들어버렸다. 침체된 건설경기는 실물경제 곳곳에 여파를 주고 있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한 것에 대해 경제부총리가 “송구하다”고 했다. 사과할 일이 아니라 정책을 바꿔야함에도 윗단의 철학이 확고하니 경제부총리도 어찌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올 연초는 대단했다. 기업인들을 초청하고 현장도 방문했다. 대통령에서부터 국무총리, 장관, 당 대표에 이르기까지 기업인들을 찾았다. 대통령은 또 다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경제부총리도 총수들과의 만남에 거들 태세다.

만남의 의미가 없진 않겠지만 기업이 원하는 것은 굳이 총수들을 만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나 경영자총협회 등 단체에 전화 한통이면 매우 잘 정리된 걸 받아볼 수 있다.

기업인들은 대체 뭐가 달라진게 있냐고 되묻는다. 투자와 고용만 주문했지 정작 기업들이 원하는 것에 정부는 귀기울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업에 부담만 커지는, 일방향적인 정책들만 다뤄지고 추진된다. 국민연금의 과도한 경영 개입,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특히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입장은 운동장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고 재계는 비판한다. 한가지 문제로 지나치게 전체를 규제하려 한다. 툭하면 나오는 ‘전수조사’와도 같다. 그 많았던 전수조사가 제대로 됐다면 대한민국은 가장 안전한 국가가 됐을 것임에도 그렇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국제통화기금(IMF) 조차 문제삼을 정도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대체 누군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나온다.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고 ‘컨트롤드(controlledㆍ통제된)’ 타워만 있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정책의 주체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주어진 기조와 임무에 교조적으로 따를 뿐이라는 비판이다.

하루만이라도 역할 체인지를 해보면 어떨까?

대통령은 최고경영자(CEO)가 돼 생산현장에서 매출을 점검하고 종업원 월급을 고민한다.

장차관은 임원, 부처 공무원은 기업의 실무자로 변신하고, 국회의원들이 생산현장에 투입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이 꾸려진다.

과연 생각과 경제철학이 바뀔까?  

김형곤 산업섹션 에디터 kimhg@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