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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소비수요 감소에 따른 ‘저물가 공포’의 엄습
4월의 소비자물가도 지난해 4월보다 0.6% 오르는데 그쳤다. 올들어선 4개월 내내 0%대 상승률이다. 이런 일은 2016년 5~8월 이후 처음이다. 1∼4월 전년 대비 누계 상승률은 0.5%다. 이건 1965년 통계 집계이래 최저 수준이다.

낮은 물가 상승률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건 없다. 문제는 원인이다. 생산성 증가나 공급의 증가로 인한 저물가는 환영할 일이다. 저물가 고성장을 의미하는 골디락스란 단어도 있다. 하지만 올해의 저물가는 철저히 수요 압력이 낮아진데 따른 것이다. 경기둔화로 인한 또 다른 결과물이란 얘기다. 바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다. 경기부진 장기화로 수요가 둔화되면서 물가상승률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의 직전 단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낮은 물가의 원인을 복지 확대에서 찾았다. 그래서 걱정도 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물가 안정 기조 정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고 물가 당국인 한은도 “물가가 낮은 것이 아니라 무상급식과 같은 복지정책 강화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인 이유는 농축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석유류가 하락했으며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둔화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상황을 디플레이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낮아지면 다음달부터 1%대로 올라갈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4월의 물가상승 추이를 보면 경제주체들의 소비활동이 얼마나 저조한지 뚜렷이 나타난다. 경제주체의 소비심리와 직결된 서비스물가는 상승률이 0.9%에 불과하다. 0%대의 서비스물가가는 1999년 12월(0.1%) 이후 19년 5개월만이다. 음식ㆍ숙박ㆍ이미용업 등 개인서비스 가격은 작년 1월 이후 상승폭이 가장 둔화됐고 외식비나 그밖의 서비스들은2015년 6월말 이후 상승폭이 가장 작았다. 서비스 사업자들도 인건비, 전기 수도료 등 공급원가 상승을 가격에 반영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서비스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지수를 비롯한 각종 통계는 현실경제를 이해하고, 바람직한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다. 통계가 보여주는 방향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기존 정책의 변경도 마찬가지다.

‘저물가의 공포’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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