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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G·AI시대…헬스케어의 진화]원터치로 수술장비 세팅·교체 ‘척척’…3D안경 봉합 ‘신의 손’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 수술실’ 가보니

음성인식으로 36평의 수술방 조명 켜고…
98인치 초대형 화면에 환자 진료기록 ‘쫘악’
수술실 바깥 조정실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의료진 수술집중도 높아지고 시간단축 ‘만족’



“Alexa, turn on the room lights!(알렉사, 수술실 방 불 켜줘)” “띠디띠디!” 의료진이 수술실에서 음성으로 명령하자 수술실 한 가운데에 있던 원통형 기기(알렉사-아마존이 개발한 음성인식 기기)에 초록불이 들어오면서 수술실 조명이 켜졌다. 지난달 18일, 기자가 찾은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 수술실’에서는 안상훈 외과 교수가 초기 위암 환자의 위를 절제하는 수술이 이뤄지고 있었다. 수술에 앞서 안 교수가 컨트롤 패널 화면에서 본인의 이름을 누르자 수술 장비 설정이 안 교수에게 맞춰 세팅됐다.

지난 3월 5일, 국내 최초로 구축된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 수술실의 첫 인상은 기존 수술실에서 받았던 흰색의 차가운 느낌과 달랐다. 벽과 천장도 따뜻한 느낌의 하늘색이었다. 각종 수술 장비와 의료진이 없었다면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라고 했어도 믿을 정도였다. 보통 27평 정도의 일반 수술실과 달리 스마트 수술실은 이보다 1.5배 정도 큰 36평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때문에 의료진의 동선이 꼬일 염려가 없었다. 참관을 위해 수술실에 들어간 기자 역시 의료진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술실 한 쪽 벽면에는 98인치 초대형 화면이 매립형으로 설치돼 있었다. 오늘 수술받는 환자의 기본 진료 기록이 나왔고 간호사가 수술실 안에 비치된 태블릿PC를 터치하자 환자의 위(胃) 사진으로 바뀌었다. 모든 상황은 수술실 바로 바깥에 있는 ‘조정실’에서 실시간으로 녹화되고 있었다. 마치 방송국 편집실과 같은 분위기의 조정실에는 모니터, 기기 콘트롤러, 수술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마이크 등이 구축돼 있었다.

드디어 안 교수가 수술대 위에 설치된 4개의 모니터 중 중앙 모니터를 보며 수술이 시작됐다. 스마트 수술실에서의 수술장면이 국내 언론에 제대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교수는 이 날 복강경으로 위에 있는 암 조직 일부를 떼어내는 수술을 했다. 수술 중간 중간 옆에서 수술을 돕는 ‘서큘레이터’(순회 간호사)에게 구두로 몇 가지 주문을 하자 그 때마다 서큘레이터는 스마트기기 터치로 안 교수의 주문을 수행했다.

임상교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 수술실 의학미디어 파트장은 “기존에는 집도의 주문에 따라 새로운 장비를 옮겨 오거나 교체하는 등 시간이 걸리고 동선이 복잡했지만 스마트 수술실에서는 터치 한 번으로 이런 기기 변경이 가능해진다”며 “무엇보다 의료진이 편리해져 수술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시간도 짧아지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 교수는 수술 중 환자 장기를 보다 세심하게 보고 싶다며 풀HD(Full-HD)보다 4배 더 선명한 ‘4K 수술내시경’을 넣었다. 그러자 일반 화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미세한 혈관과 지방까지 선명하게 표시됐다.

병변을 모두 떼어낸 뒤 봉합 시에는 3D 안경을 착용했다. 이 안경을 착용하면 환자 몸속을 3차원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수술이 한결 쉬워진다. 안 교수는 “평평한 2D 화면을 보고 수술을 하게 되면 입체감이 없어 어려움이 있지만 3차원으로 구현되는 화면 덕에 장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 봉합이 더 쉬워진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최초의 스마트 수술실에 적용되는 인공지능이나 첨단 IT 기술은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다. 환자 안전을 위해서다. 임 파트장은 “수술 침대 높낮이 조절, 수술장비 교체 등도 음성인식으로 구현이 가능하지만 혹시라도 모를 오류로 인한 안전 문제로 충분히 테스트 해 보고 적용할 예정”이라며 “아무래도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는 최첨단 기술이라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스마트 수술실은 분당서울대병원과 이대서울병원 두 곳에 설치돼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의료진의 만족도가 높고 기술 발전에 따른 고도화로 머지않은 미래에 수술실 풍경에 많은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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