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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월 누적 물가상승률 ‘사상 최저’…커지는 일본식 디플레 그림자
4개월 연속 ‘0%대’ 물가
1~4월 누적 소비자물가, 1965년 이래 최저
휘발유, 소주 등 체감 물가, 상승 전망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올해 물가상승률이 196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활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IMF 외환위기 당시 수준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휘발유, 소주 등 필수품목 물가가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2일 공개한 ‘2019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0.6% 상승했다. 지난 1월 0.8% 오른 데 이어 2월 0.5%, 3월 0.4% 상승해 4개월 연속 0%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월~4월 전년 누계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0.5%로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석유류를 중심으로 공업제품 물가 둔화가 전반적인 물가 안정세를 가져왔다. 석유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5%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24%포인트 끌어내렸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면서 하락폭이 전월 9.6%에서 소폭 감소했다. 전체 공업제품은 0.1% 내렸다. 품목별로 휘발유 -8.5%, 경유 -2.8%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서비스 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0.9% 오르며 1999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공공서비스는 0.3% 하락했지만 개인서비스는 1.7% 상승했다. 특히 집세가 0%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가 0.4% 상승했지만, 월세는 0.5% 하락했다. 이 밖에 공공서비스인 입원진료비(-1.7%), 고등학교 납입금(-2.6%) 등의 가격 상승률이 낮았다.

전체 농축수산물은 0.7% 오르는 데 그쳤다. 배추(-47.1%)와 무(-50.1%), 감자(-31.8%) 등 채소류가 11.9% 내린 영향이 컸다. 이 밖에 쌀(11.6%)과 토마토(16.0%), 달걀(5.6%) 등이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근원물가였다. 지난달 식료품ㆍ에너지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2000년 2월 이후 19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3월 근원물가와 같은 것이다. 소비자물가에서 국제유가, 농산물 값 등 예측이 어려운 공급 측 요인을 뺀 근원물가는 수요 측면에서 기조적인 물가 추세를 살펴볼 수 있는 수치다.

근원물가가 거의 2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그만큼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수요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상 물가 목표치인 2.0%에서도 한참 동떨어져 있어 디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금리 인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를 기존의 1.4%에서 1.1%로 0.3%포인트를 낮췄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은 주로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감소할 때 나타난다. 물건이 잘 팔리지 않으면 기업들은 물건값을 더 내린다. 가계나 기업 등 경제활동 주체는 물가 하락을 예상해 소비와 투자를 더 미루는 현상이 나타난다. 1990년 이후 일본에서 나타난 ‘잃어버린 20년’의 모습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물가가 1%초반 아래로 유지된다면 기업이 부채에 대한 실질 부담이 늘고, 순자산이 줄어 투자를 못하는 ‘경기 침체’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유가와 환율이 높아지고 있어 수입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공급측 물가가 오를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체감물가는 급격히 상승해 소비 심리를 억누를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6일부터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된 유류세 인하가 오는 6일을 기점으로 축소된다. 7일부터 휘발유는 ℓ당 65원, 경유는 ℓ당 46원 오르게 된다. 국제유가도 오르고 있어휘발유 가격이 1500원선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 주류값도 크게 오른다.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지난 1일부터 소주 출고가격을 평균 6.45% 인상하면서 소매가(360ml 병)도 100원~200원가량 오랐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남아있는 상태서 식료품과 기름값 등 필수 품목은 오르고 있다”며 “여기에 가처분소득 감소까지 겹쳐 서민들이 느끼기엔 삶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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