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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짐니 출근 ‘데이터’ 판매 엑소 공항 ‘댈찍’ 구합니다”
커지는 팬덤시장…그들만의 은어

18일 오후 7시께. 서울 여의도 KBS 방송국 앞에서 아이돌 출근길 촬영을 위해 줄지어 늘어선 ‘홈마’들의 모습. 저마다 대포 카메라로 불리는 고가의 촬영장비를 들고 있다. 이들이 기다리는 아이돌의 출근길은 다음달 아침 7시가 돼야 시작된다. 김유진 기자/kacew@

“엑소 공항 댈찍 구합니다”, “BTS 짐니(박지민 씨의 애칭) 출근길 데이터 판매합니다”, “하성운 풀셋 구합니다”

HOT, 핑클 등 1세대 아이돌과 함께 시작된 한국형 팬덤 문화는 K팝의 성장과 SNS 미디어의 발달로 격변기를 지나왔다. 1세대 팬덤이 방송국에서 생산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용자 입장에 머물렀다면, 최근 K팝 팬덤 문화는 직접 촬영과 제작에 나서는 프로슈머 형태로 변화했다. 그들의 세계가 넓어질수록 그들만이 사용하는 ‘덕후 용어’도 늘어났다. 이들이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이돌 ‘덕후’(특정 분야에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진 사람)들의 세계를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일반인에겐 단어조차 생소한 ‘홈마’(Homepage Master)는 아이돌 가수의 팬들 사이에선 유명한 존재다. 대포처럼 부피가 큰 고가의 렌즈를 카메라에 장착한 채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다. 이들 홈마를 일컫는 용어는 ‘찍덕’과 ‘찍사’로 다시 한번 나뉜다. 아이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개인소장을 목적으로 촬영에 나서면 ‘찍덕’, 판매를 주목적으로 촬영에 나서는 경우는 ‘찍사’로 불린다.

팬덤 사이의 은어인만큼 정확한 유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찍덕은 사진을 찍는다는 의미의 ‘찍’에 덕후의 준말인 ‘덕’이 결합한 의미로 해석된다. 찍사는 전문적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이들을 일컫는 은어다.

이들 찍사들이 찍은 촬영물은 ‘데이터’로 통칭된다. 이들은 아이돌 사진 및 영상 등을 트위터 따위의 SNS를 통해 수십 수백장 단위로 값을 매겨 판매하고 있다. 고가의 촬영장비로 줌을 당겨 촬영한만큼 고화질인데다, 실물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보정하는 실력 또한 상당한 경우가 많다.

아이돌 스케줄을 따라다닐 여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리찍사’도 흔한 풍경이 됐다. 트위터 등 SNS에는 일당을 주면 대신 아이돌 스케줄 현장에 출동해 대신 촬영해준다며 홍보하는 계정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8일 접촉한 한 대리찍사 계정은 인기그룹 E 멤버가 입국하는 현장을 5만원에 찍어준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해당 대리찍사는 5만원 내외로 거래되고 있었다. 대리찍사 A 씨는 “한번에 1명의 멤버만 촬영해 1명에게만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데이터라고 해서 여기저기 판매하면 큰일난다”며 “공항까지 오가는 시간과 교통비 등을 제하면 버는 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큰돈을 만지는 홈마는 극소수”라고도 덧붙였다.

‘스밍’(Streaming)으로 불리는 반복적인 음악 사이트 음원 재생 역시 팬덤에서 나온 은어다. 응원하는 아이돌이 음원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얻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멜론 등 음원 사이트에서 타이틀곡을 비롯한 앨범 전곡을 반복적으로 스트리밍 하는 경우가 많다.

김성우ㆍ김유진 기자/kac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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