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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어가는 제조업 엔진]멈추는 공장ㆍ쌓이는 재고…‘제조업 위기’ 심각한 수준
- 제조업 가동률ㆍ재고율…IMF외환위기-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악화
- 제조업 생산 감소→소비ㆍ고용 등 국가경제 전이 우려 높아져 

인천남동공단입구 사거리에는 중장비들이 녹이 슨 채 서 있다.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산업현장에서 커지고 있는 제조업 위기의 아우성은 엄살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수위에 이르고 있다. 당장 제조업과 관련한 각종 지표들이 이를 방증한다.

공장 가동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생산한 제품들은 판로를 찾지 못해 재고로 쌓여간다. 글로벌 무역분쟁과 국내외 경기 악화에 따른 여파가 크다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신산업 발굴 저조, 산업 구조조정 미흡 등 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제조업 가동률은 2월 기준 71.2%를 기록했다. 전달의 73.3%, 전년동월 73.5%와 비교해 2%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다.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8년 1분기 81.3%를 찍었던 제조업 가동률은 최근에는 70%선 유지를 걱정해야하는 지경이다.

물론 가동률 자체가 떨어진다고 해서 생산량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생산설비 현대화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면 가동률 하락을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글로벌 주요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제조업이 구조적인 장기침체에 허덕이며 가동률 하향곡선을 끌어올릴 복원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주요국 제조업 평균가동률 추이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금융위기 전(1990∼2008년) 84.3%이던 가동률이 금융위기 때(2009∼2010년) 73.6%로 하락했다가 금융위기 이후 85.0%로 회복했다.

같은 기간 영국(80.6%→73.3%→81.1%), 스페인(79.0%→72.6%→78.4%), 이탈리아(76.1%→71.2%→76.4%), 프랑스(82.5%→76.0%→78.6%)도 비슷한 양상이다. 줄 곧 내리막 곡선을 그리는 국내 제조업과는 상당히 대조된다.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여가는 재고율 증가도 제조업 위기의 대표적인 단면이다. 지난 2월 제조업 재고율이 114.5%로 1998년 외환위기 수준까지 치솟았다. 당장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5.8%에 비해 10%포인트 가량이나 늘어난 것이다.

경기 악화로 재고를 떨어내지 못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손실을 감수하며까지 제품 생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생산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제조업 전반의 생산 감소와 더불어 이로 인한 고용, 소비 등 국가경제 전반으로 파급효과가 미칠 수 밖에 없다.

노동생산성 저하도 제조업 위기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의 특성상 생산성 둔화는 제조업의 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산업별 노동생산성 변동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11∼2015년 2.2%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1∼2007년의 7.9%에 비해 5.7%포인트나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선박 등 국내 제조업의 주력업종이자, 고위기술 업종의 노동생산성에서 증가율 둔화 폭이 컸다는 점이 더욱 우려를 더한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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