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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부동산 재벌, 4600억 상속 대신 ‘기부’…아들은 ‘무주택자’
윙칭시 센털라인 회장, 10년 전 자선단체에 회사 지분 기부
아들 알렉스, 첫 집 마련 위해 저축 중

윙칭시 센털라인 그룹 회장. [사진=센털라인 그룹(Centaline Grou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홍콩의 부동산 재벌이 4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자녀들에게 상속하지 않고 자선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들은 무주택자로 첫 번째 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최대 부동산 매매기업 센털라인 그룹(Centaline Group)의 윙칭시(Wing-Ching Shih) 창업자 겸 회장은 4억달러(약 4600억원) 상당의 센털라인 지분을 세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고 10여 년 전 자선재단에 기부했다. 중국 시골의 빈곤층을 돕기 위해 인프라를 건설하고 교육을 제공하는 자선단체였다.

홍콩의 다른 재벌들이 자녀들에게 재산이나 기업의 지배권을 물려주는 가운데 시 회장의 기부는 눈에 띄는 결단이다.

지난해 홍콩의 최고 부호 리카싱은 기업 경영권을 아들 빅터에게 물려줬고, 억만장자 리샤우키는 지난달 헨더슨랜드디벨롭먼트에서 은퇴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경영권을 두 아들에게 넘기겠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시 회장의 아들인 알렉스 시(Alex Shih)는 아버지가 설립한 회사의 지분을 물려받지 않았지만 불만을 갖지 않고 있다. 자기 소유의 집이 없지만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홍콩에서 집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밀레니얼 세대들처럼 열심히 저축하고 있다.

알렉스는 “개인적으로 아버지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면서 “아버지는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말씀하셨고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인생이 한 번에 너무 편한 길로 가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말씀하셨다. 한 걸음씩 무언가를 얻으면 더 귀하게 여길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시 회장은 자녀들을 양육할 때 겸손을 강조했다. 자녀들을 홍콩 부유층이 선호하는 엘리트 국제학교에 보내지 않고 지방의 정부 보조금을 받는 학교에 입학시키고, 불우 이웃을 돕는 데 돈을 사용해야 한다는 철학을 어릴 때부터 주입시켰다.

알렉스는 런던정치경제대학을 졸업하고 센털라인에 입사해 부동산 중개사 일부터 시작했다. 올해 초 부회장으로 임명됐지만 정규 급여만을 받는다고 한다.

“금융계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고 그는 말했다.

알렉스의 사무실은 작고 간소하다. 하이킹과 배드민턴을 즐기며 억만장자의 목표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는 서부 주룽(九龍) 지역에 방 2칸짜리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센털라인이 매매하는 수십억원짜리 대저택과는 거리가 멀다.

알렉스는 동료들에게 “현실적이 되라”고 조언하며 “첫번째 집은 당신이 가장 원하는 집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당신은 부동산 사다리에 올랐고, 천천히 올라가면 된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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