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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덧’씌워지는 ‘덫’…기업들 벼랑끝에 서다
‘규제완화’ 외치는 정부, 또 규제

산재없어도 공장가동중단 가능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입법예고

탄력근로제 확대없이 근로단축
국민연금 행보에 가업승계 요원



기업에 연이어 족쇄가 채워지고 있다. 재계와 노동계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무게 중심은 어김없이 노동계로 기울고 있다.

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규제완화와 혁신성장을 외치지만 가는 방향은 정반대다. ▶관련기사 6면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산업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잇따라 하향조정되고 있지만 그 위기의식을 정부와 여권이 갖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재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재해가 주변으로 확산될 수 있는 불가피한 경우 공장 가동을 일부 또는 전면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업주가 작업중지 해제를 신청하면 지방노동관서는 4일 이내에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를 심의하도록 했다.

경영계는 즉각 반발했다. 입법 과정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작업중지 명령 요건의 불명확성이 전혀 해소되지 않아서다. 공장 가동 중단은 기업의 생사를 가를 변수다.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중단에 대한 구체적 요건이 법안에 열거되지 않은 점은 안갯속에서 운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률에 규정한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범위와 명령의 요건인 동일한 작업,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고용부 감독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작업중지 명령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서도 노동계 편향 일색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최근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 제안한 중재안에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선비준에 대해 한발 물러섰지만, 재계는 파업시 대체근로 인정, 부당노동행위제도 폐지 등 요구사항이 일체 수용되지 않는 점에 미뤄, 결국 노동계의 주장이 수용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낸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단축 등 기업 경영을 좌우할 핵심 정책에서도 보완책 없이 강행되면서 기업 현장에서의 고충이 상당하다.

당장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가 불발된 상황에서 3월말로 근로시간단축 계도기간이 끝났다. 기업인들은 예비범법자로 전락한 상태다. 설상가상 정부는 다음달부터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예비점검에 들어간다. 고용노동부는 6월 중순부터는 장시간 근로 우려가 높은 600개소에 대한 집중 현장감독도 추진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현실을 무시하고, 경제 논리가 아닌 이념 논리로 정책을 좌우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도 최근 기업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현 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 대개 기업을 적대시하는 선입견이 있고, 특히 이념에 강한 분들이어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경제 논리가 아닌 이념 논리로 접근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정부가 노조 눈치를 본다고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 중인 국민연금의 행보도 상당한 부담이다.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를 도입해 올해 본격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선 국민연금이 앞으로 투자기업에 더욱 적극적으로개입할 태세다.

사지에 내몰린 기업들은 기업의 영속성에서도 발목이 잡힌다. 천문학적인 상속세 부담에 특히 중소중견기업들은 가업승계마저 포기하며 기업을 내다팔기에 바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반도체에 가려졌던 정책의 부작용들이 이제서야 여실히 드러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라며 “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편향된 시각이 수정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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