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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밖으로 나온 핀란드 10대 소녀들의 ‘비밀스러운 취미’
‘하비호스’ 타고 실제 승마따라하기 유행…여름마다 전국 대회도 열려
말이 달리듯 스스로 발 굴리면서 상체는 기수처럼 꼿꼿하게 유지
10대 소녀들에게 강요되는 정형화된 행동 규범에 대한 일탈

핀란드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취미용 목마타기는 하비홀스 레볼루션 개봉 이후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해외 시연 초청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핀란드 헬싱키의 한 경기장. 십 여명의 10대 소녀들이 자신들의 ‘승마 기술’을 뽐내기 위해 진지한 표정으로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판은 이들에게 걷기와 속보, 구보 등의 단계를 거쳐 3단계 고삐죄기 등을 요구했고, 참가자들의 경기를 꼼꼼하게 채점했다.

듣기만 해서는 여느 승마경기와 다를 바가 없어보이는 이 경기는 분명히 보통의 승마와는 다른 점이 있다. 참가자들이 살아 있는 말이 아닌 ‘하비호스(hobbyhorse, 막대 끝에 말머리가 달린 목마)’를 다리 사이에 낀 채 직접 발을 구르면서 경기장을 누빈다는 사실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몇 년 간 핀란드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목마 타기가 암암리에 유행해왔으며, 오늘날에는 이 같은 취미가 타국으로 수출까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핀란드의 목마 열풍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왜냐면 어른들이 그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수년 동안 레이더 밑에서 퍼졌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셀마 빌후넨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하비홀스 레볼루션’

이 비밀스러운 취미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아카데미 후보에까지 오른 셀마 빌후넨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하비홀스 레볼루션’ 덕분이었다.

지난 2012년 빌후넨은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10대 소녀들이 목마를 타는 장면을 발견했다. 그는 하체는 빠르게 움직이면서 마치 말이 뛰고 질주하는 것을 연상시키는 반면, 상체는 기수처럼 꼿꼿하게 유지하는 목마 타기에 금새 매료됐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소녀들은 취미로 목마를 탄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아했고, 관련 정보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간간이 공유됐다.

이후 빌후넨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당시 취미용 목마 타기로 온라인 세계의 유명인사였던 10대 소년 알리아 아르니오마키를 찾아갔다. 그리고 ‘어린이의 놀이’란 놀림을 받던 취미용 목마 타기를 세상에 소개했다.

취미용 목마 타기는 금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매년 여름 전국 대회가 개최되고, 핀란드 외무부는 아르니오마키에게 영국 윌리엄 왕자의 자녀인 조지와 샬롯을 위한 취미용 말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핀란드 10대 소녀들의 비밀스러운 취미 생활이 ‘수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취미용 목마가 왜 유행이 됐는지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빌후넨은 그 원인을 1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소녀’들에게 사회가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여성적’인 행동규범에 대한 일탈로 분석했다.

그는 “사회는 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조용함, 정숙함으로 행동을 형상화한다”면서 “하지만 가짜 말을 타는 소녀들에게 만큼은 강하고 거친 행동이 허용된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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