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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바다 뻘이 간직했던 ‘1100년전 고려의 보물들’이 부른다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 이달말까지 170점 전시
전시관 추가 완공되는 하반기엔 더 많은 유물 선보여
 


[헤럴드경제(태안)=김성진 기자] 43년 전인 1976년. 신안앞바다에서 한 어부의 그물에 걸려올라온 도자기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신안앞바다 유물’ 발견의 서막이었다. 해당 유역 바다밑에 침몰한 중국 무역선 안에서 국보급 유물 수만점이 쏟아져 나왔고 고고학계와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한점 한점이 소중한 역사인 유물 수만점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수중고고학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희미했던 13세기 역사의 한 구석이 소상히 밝혀지는 계기가 됐다. 9년간 이어진 발굴 작업으로 중국에서 만든 배를 건져 올렸으며 도자기 2만여 점, 동전 20여 톤이 나왔다고 한다.

태안 앞바다의 보물도 그 의미와 가치를 놓고보면 신안의 그것에 비해 조금도 모자라지 않다.

2007년 한 어부의 쭈꾸미 그물에 달려 올라온 청자로 인해 긴급 탐사가 진행됐고, 그해 7월 고려시대 청자운반선인 태안선이 해저에서 발견됐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물 2만5000여점과 인골이 나왔다. 또한 마도 인근에서 4척의 배가 더 발견되면서 고려시대의 유물과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집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현재 국내의 해양문화재연구소는 목포와 태안 두곳에 있다. 신안 유물 발굴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목포에 먼저 만들어졌고, 이후 태안에 두번째로 연구소가 들어섰다. 신안에서는 모두 10만점 가까이 유물이 나왔고 4만5000여점은 국립박물관이 관리하고, 해양연구소가 세워진 이후 나머지 5만5000여점을 관리하고 있다. 태안은 모두 3만3000여점을 보관, 관리하고 있다.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근무중인 문화재청 서해문화재과 오연주 학예연구사는 “고려시대는 호남지역에서 개경이나 수도권으로 특산물 등을 보낼 때 서해안의 해로를 따라 배가 이동했다. 중간에 한번 배가 기항했다 가는 곳이 태안인근 마도 등 이었는데 이곳이 물살도 빠르고 암초도 많아 난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한다. 오 학예연구사는 또 “그런 난파선의 유물들이 서해 바닥의 뻘 속에 거의 진공상태로 묻혀있다 발굴되기 때문에 유물들의 보존상태가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현재 태안군 근홍면 신진대교길에 위치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는 당시 발굴 인양된 유물 중 170여점을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말까지 전시행사 중이다. 고려건국 1100주젼을 기념해 ‘바다에서 찾은 고려의 보물들’이라는 기획전시로 3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제1부 ‘고려의 보물창고, 서해’는 배와 유물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담은 목간과 죽찰을 비롯해 고려를 대표하는 청자, 지역 특산물을 담은 도기 항아리, 사슴뿔 등 난파선에 화물로 실렸다가 수장된 유물을 선보인다. 제2부 ‘서해를 누빈 뱃사람’에서는 20~30일 정도 되는 항해 동안 배 위에서 생활해야 한 당시 선원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유물을 볼 수 있다. 취사도구와 식기류를 비롯해 당시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생활유물이 주를 이룬다. 3부 ‘배와 함께 바다 속으로’는 배에서 죽음을 맞은 뱃사람의 인골과 함께 닻돌을 비롯한 각종 선박 부재 등 난파 흔적을 통해 배 위에 오른 사람들의 삶과 죽음, 항해와 침몰의 의미를 살펴본다.

전시품은 발굴 유물 중 극히 일부지만 유물들의 보존 상태도 좋고, 좀처럼 볼 수 없는 유물도 있어 큰 기대없이 전시관을 찾았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자기들과 발견된 목간과 죽찰에는 물건을 받을 사람들의 이름과 직책이 쓰여있어 난파의 시기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또 화병이나 장식으로 쓰였다고만 추정했던 청자에 꿀을 담아 보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는 점도 큰 수확이었다고. 또한 뱃사람들이 밥을 지어먹던 솥과 숟가락, 배를 정박시킬때 썼던 밧줄까지 거의 원형 그대로 인양돼 시대상 연구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또 국민 참여 설문조사 ‘내가 가장 보고 싶은 바다 속 고려 보물’을 통해 추천받은 청자 모란연꽃무늬 표주박모양 주전자와 받침그릇, 청자 사자모양 향로, 보물 제1784호 청자 음각연화절지문 매병 및 죽찰 등 유물 3점은 단독 전시 아이템들이다.


현재 태안해양유물전시관은 2개의 전시관을 짓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11월에 공사가 끝나면 지하에 보관중인 태안 유물이 일반인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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