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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 다친 그들, 정신질환자①]“예비 범죄자 취급 말아주세요”…조현병 환자들의 눈물
-정신질환자 범죄율 일반인보다 크게 낮아… 강력범죄 비중은 커
-전문가 “보건 시스템 구멍 개선해야”… 관리부실이 화를 키웠다 지적
-정신질환 당사자 모임… “그냥 이웃으로 바라봐 주세요”

지난달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카페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한 ‘자조 모임’이 열렸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지난 17일 발생한 진주 아파트 살인 사건 용의자가 조현병을 앓아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에 따른 범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안인득(42)의 조현병이 사전에 인지돼 제대로 관리만 됐다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과 경찰의 피의자 정신병력 조회 권한과 관련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자들을 모두 예비범죄인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높지 않을 뿐더러 여러 정신질환 가운데 범죄로 이어지는 유형의 정신질환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신질환 범죄율 일반인보다 낮아=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정신질환자 범죄 예방 및 치료 지원을 위한 정책방안’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13%다. 이는 일반인의 범죄율 3.93%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다만 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 비중은 9.71%로 일반인의 강력 범죄 비중(1.46%)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정신질환자 일반을 예비범죄인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개연성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험한 정신질환자를 분류해 관리만 잘하면 정신질환 일반을 향해 막연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보건 시스템의 구멍이 제일 큰 문제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분명한데 3년 동안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진주 살인사건 용의자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한 적도 있고 법무부 치료감호소에 입원을 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지역 사회 정신보건센터는 이 사람의 존재가 기록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자료에서도 “정신질환 중 공격성과 잠재적 범죄를 일반적인 증상으로 하는 정신 질환은 ‘반사회적 인격장애’ 한가지뿐이다. 일반적인 조현병 환자들은 범죄와 폭력의 위험성이 매우 낮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서술하고 있다. 국내 조현병 환자는 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적지 않은 환자수는 역설적으로 조현병이 희귀한 질병이 아닌 감기처럼 우리 주변에 흔한 질환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웃으로 바라봐 주세요”= 기자가 직접 만난 정신질환자들도 ‘그냥 이웃’으로 바라봐 달라고 했다. 최근 경기도 수원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정신질환 ‘자조모임’서 만난 이모(50)씨는 조현병과 조울증 등을 앓고 있다. 그는 “진짜 진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혼자 죽어가는 정신질환자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 수는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며 “왜 그들이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아무도 고민하지 않고 병원에 가두려고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 이는 명백한 ‘사회적 죽음”이라고 말했다. 조울증을 갖고 있는 유모(57)씨는 “정신질환자를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사는 이웃으로 바라봐 달라. 우리도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고 일하고 싶다”며 “너무 차가운 시선으로만 대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설운영 정신건강학교 교장은 “현재 정부는 충분한 복시시설 없이 약만 먹으라, 병원에 입원하라고만 외치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이 약을 안 먹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도 갈 곳이 없도록 만든 국가 정책이 더욱 문제”라며 “비인도적인 정신건강 정책이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대학 진학 실패, 가정불화, 약물중독, 학교폭력 등 큰 충격을 받고 마음의 병을 얻게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잘 나가는 바이올리스트였던 60대, 대학교 4년 생활을 잘 하다가 갑자기 병을 얻게 된 30대 청년도 있었다.

정신질환 치료약 부작용은 환자들을 괴롭게 했다. 유씨는 30여년 전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은 뒤 침을 흘리게 됐다고 했고, 김윤수(가명ㆍ33)씨는 몸 전체가 마비가 되고 어지럼증을 호소해 쉽게 걷는 것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무조건 약을 먹으면 된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도 100%정답이 아니었다. 마음에 맞는 상담가를 만나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게 더 효과적이다. 다만 그런 상담가는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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