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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영리병원 1호 끝내 무산, 의료혁신 불씨 꺼질까 걱정
국내 첫 투자개방형(영리)병원인 제주 국제녹지병원 개설이 결국 무산됐다. 제주도는 녹지병원 개설 허가 취소 청문회의 청문조서와 의견서 결과를 받아들여 이 병원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취소키로 했다고 최종 확인했다. 현행 의료법에는 허가를 받은지 3개월 내에 진료를 개시해야 한다. 그런데 녹지병원은 그 시한인 3월 4일까지 문을 열지 않아 청문 절차를 거쳐 허가가 취소된 것이다. 녹지병원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이 부당하며 이에 대한 행정소송이 진행중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써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 당시 동북아 의료허브를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비롯된 영리병원은 20년 가까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됐다.

녹지병원 개설이 없었던 일이 된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인지도 모른다. 실제 의료업계에서도 처음부터 정해진 기일내에 개원이 힘들것으로 봤다고 한다. 그 바닥에는 왜곡되고 굳게 닫혀있는 영리병원에 대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지병원의 허가 신청에서 무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그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녹지병원이 허가를 받고도 제 때 개원을 하지 못한 것도 따지고 보면 병원 탓 만은 아니다. 중국 뤼디그룹이 당초 병원 건립을 신청할 2015년 당시에는 외국인만 진료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다. 더욱이 의료법에는 누구든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 제주도 역시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녹지병원 설립을 적극적이었다. 한데 영리병원 개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며 표류하기 시작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허가 결정을 공론화위원회에 미루는 뒤로 숨었고, 내국인 진료 제한이란 어정쩡한 타협안을 내세워 허가를 내줬다.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인의 속성도 한 몫을 한 셈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사이 병원측이 확보한 의료진이 모두 떠나고 인력 부족으로 병원 문을 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시민단체 등에서 영리병원에 반대하는 것은 건강보험을 토대로하는 우리의 공공의료 시스템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절대 기우다. 우리의 공공의료 시스템은 영리병원 몇 개 생긴다고 흔들릴 정도로 허약하지 않다.

무엇보다 녹지병원 개설 좌절로 의료혁신의 싹이 죽지 않을까 걱정이다. 영리병원은 의료 혁신의 핵심이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분야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의료 기술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정부의 추진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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