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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예술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 덴마크 거장 아스거 욘 첫 아시아전

미학적 실험부터 게임 고안까지…사회운동으로 예술 탐구

서구 주류 미술사 벗어난 대안적 미술언어 제시


아스거 욘, 삼면축구, 국립현대미술관 설치 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는 명제는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정치가, 사상가, 철학자, 사회 운동가 그리고 예술가들 까지도. ‘진보’를 향한 열망은 바이러스처럼 이들을 감염시키고 가능성을 타진한다. 다양한 실험들이 실패로 끝났지만, 역사는 서서히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와 권리를 주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1950~70년대 ‘코브라(CoBrA)’, ‘상황주의 인터내셔널(Situationist International)’등 사회 참여적 예술운동을 주도했던 ‘아스거 욘’도 이러한 사람들 중 하나다. 예술가인 그는 ’삼면축구‘를 고안했다. 세 팀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하며 실점이 가장 적게 한 팀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골 득실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일반적 축구 경기와 달리 ‘삼면축구’는 공격과 수비, 전략과 상황에 따른 변화가 승리를 담보하는 핵심이다. 아스거 욘은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양국의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 예술을 통해 찾고자 했던 대안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대안적 언어-아스거 욘’ 전시 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예술로 더 나은 세상을 꿈 꾸었던 거장, 아스거 욘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 4월 12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 서울에서 열린다. ‘대안적 언어- 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라는 주제로 작가의 예술적 성취와 실험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덴마크 실케보르그 욘 미술관과 협력, 회화, 조각, 드로잉, 사진, 출판물, 도자, 직조, 아카이브 90여점이 전시에 나왔다.

전시는 시대순으로 작가의 작업을 느슨하게 따라간다. 고전적 미술언어의 틀을 깨는 초기작업(1930~40)부터 사회적ㆍ정치적 행보를 보여주는 그룹활동, 북유럽 전통으로 대안적 이미지를 탐구한 작가의 연구 활동을 살펴본다. 고전적 회화에 자신만의 텃치를 더해 현대작품으로 변신시키는가 하면, 피카소나 미로 등 다른 작가들의 표현양식을 자신의 목적대로 전환시켰다. 또한 예술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이루고자 했던 그는 미술잡지 ‘지옥의 말’, 코브라, 아미지주의 바우하우스 운동 그리고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 등 다양한 예술그룹 활동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들은 예술적 창의력이 일상에 접목되기를 바랐다. 특히 예술의 상품화를 지양하고 소비자본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1963년 구겐하임재단이 아스거 욘을 국제상 수상자 중 한 명으로 선정하자 상을 거부하며 재단 이사장인 해리 구겐하임에게 전보를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그 돈을 가지고 지옥으로 꺼져라. 상금을 거절한다. 상을 달라고 한 적도 없다. 나는 품위 없는 작가들에 반대하고 당신의 홍보에 협조하는 그들의 의지에 반대한다. 당신들의 어처구니 없는 시합에 내가 참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길 바란다”는 일갈은 그의 작품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후 작가는 언어의 대안인 ‘이미지’에 집중한다. 언어와 문자가 생기기 전 이미지로 뜻을 전달했다는 것에 착안한 작가는 이미지가 가진 공통성과 상대적 자율성에 매료된다. 한발 더 나아가 ‘스칸디나비아 비교 반달리즘 연구소’(SICV)를 설립, 그동안 남유럽 전통이 북유럽 문화를 한정적이고 지역적 민속예술로 평가절하 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같은 연구를 통해 기존의 지배적 고전문화를 해체하고 새로운 세계관과 이해를 제안할 수 있다고 믿었다. 
‘대안적 언어-아스거 욘’ 전시 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측은 아스거 욘의 이같은 관점이 서구 기록중심 역사에서 대안적 시각을 보여주고자 했던 미술관의 도전과도 일맥 상통한다고 했다.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지난 2017년 덕수궁관에서 개최한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전이나 아시아 동시대미술을 소개한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2018ㆍ서울관)전도 같은 맥락에 있다. 서구중심의 정통미술사 외에도, 같은시기 다른 곳에서 있었던 움직임으로 새로운 미술사를 쓸 수도 있다”며 “아스거 욘이 일생동안 ‘대안적 언어’로 추구한 예술적 실험과 정치적 참여, 사회운동가로의 면모는 주류 미술사에서 그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야콥 테이 덴마크 실케보르그 욘 미술관 관장은 “쉬워 보이지만 또한 복잡한 작가”라며 “미국과 유럽에서 지난 몇 달 사이 아스거 욘의 이름을 내건 전시가 4개 성사됐다. 예술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예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의 신념과 예술은 결국 관객이 완성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그의 가치관을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9월 8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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