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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조양호 한진회장 급서가 던진 명제 ‘상속제도 개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급서가 경제계에 가업상속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수송보국에 일생을 바친 항공산업의 거목이 승계작업에는 손도 대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서거하는 바람에 재계 서열 15위 국적항공그룹의 경영권이 바람앞에 촛불처럼 흔들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상속이 이뤄지면 조씨 일가의 지분은 현재 25% 수준에서 15%선으로 줄어든다. 우호지분을 다 합쳐도 20%선이다. 이번 주총에서 한진칼을 흔든 행동주의 펀드 KCGI나 그 자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14% 넘게 갖고 있으니 크게 나을 것도 없다. 이미 지분확보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 매수세로 주가는 치솟고 있다. 17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는 상속세 납부금액을 감안하면 남은 조씨 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하기위해 쏟아부어야 할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안그래도 한국의 상속세제는 가혹하기로 악명높다. 두 세대만 넘어가면 가업으로 살아남을 기업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사실이 그렇다. 한국은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이 50%다.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여기에다 최대주주 주식할증 30%가 적용되면 실질적인 상속세 부담은 65%에 이른다. 이는 미국(40%), 영국(40%), 독일(30%) 등과 비교할 수가 없다.

물론 특례가 없는 건 아니다. 연매출 3000억 원 미만의 기업에 대해 최대 500억 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가업 상속 공제제도가 있다. 하지만 사후 유지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지분유지 10년, 업종유지 10년에 직원수도 그대로여야 한다. 한 우물만 팔 생각이 아니라면 가업승계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러니 상속 공제를 적용받은 기업이 독일에선 매해 2만개도 넘는데 우리는 100개도 안된다.

앞으로는 더하다. 가업을 이어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기업인들은 점점 줄어든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조사를 보면 10년 이상된 500개 중소기업중 40% 이상이 가업승계를 포기했다. 전년보다 10%포인트 늘어났는데 이유는 대부분 ‘상속세 등 조세부담’이다.

기업을 팔지 않고서는 감당못할 상속세는 상식을 벗어난다. 성공 기업을 가업으로 삼을 수 없다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일이다. 다행히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과 개편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김동연 전 부총리에 이어 홍남기 부총리도 공식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가업상속세와 증권거래세 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지지부진 논의만 계속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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