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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좋은 소비에 대한 욕망, 인성리스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사인은 폐질환으로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에서 치료를 받던 중 대한항공 주총 결과 이후 사내이사직 박탈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악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예측일 뿐이지만, 경영권 박탈이 음이든 양이든 영향을 미쳤을 수 있을 게다.

그래서일까. 정치권에서도 조양호 회장 별세 소식에 말을 얹고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박탈이 “국민들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라고 맡긴 국민연금을 악용해 기업 빼앗는데 사용한 연금사회주의”라며 “연금사회주의를 추구하던 문재인 정권의 첫 피해자가 오늘 영면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전 대표의 이 발언은 조양호 회장의 사망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줬을 경영권 박탈의 원인이 국민연금의 이른바 ‘스튜어드십코드(연금 주주권) 행사’ 때문이고, 그것은 일종의 ‘연금사회주의’라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이건 과연 공감할만한 시각일까.

조양호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기 바로 전인 7일 밤 KBS <저널리즘 토크쇼J>는 마침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 이사직 박탈과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다룬 언론 보도의 문제를 짚었다. 즉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에 국민연금의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용했다는 기사들이었다. 하지만 이 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이런 기사들이 과장이거나 잘못된 기사라고 일축했다. 그에 의하면 “국민연금은 그동안 (조양호 연임을) 꾸준하게 반대해왔다”며 “다른 주주들로부터 그만큼 반대표를 못 얻었기 때문에 안 된 것 뿐”이라고 했다. 즉 이번 조양호 회장의 재선임 투표의 숨은 공신은 국민연금이 아니라 소액주주와 해외연기금이라는 분석이다. <저널리즘 토크쇼J>는 이번 사안을 일부 언론들이 ‘경영권 빼앗는 연금사회주의’로 몰아간 건, 이에 반대의견을 내는 이들을 ‘색깔론’으로 편 가르기 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조양호 회장의 사내 이사직 박탈은 ‘연금 사회주의’가 아니라 소액주주들의 돌아선 마음의 결과다. 대중들은 이미 2014년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씨의 ‘땅콩회항’ 사건을 겪었고, 지난해에는 차녀 조현민씨의 ‘물컵 갑질’, 또 부인인 이명희씨의 가사 도우미 학대 등의 논란을 목도했다. 결국 일련의 ‘오너리스크’가 조양호 회장의 사내 이사직 박탈의 원인이었다는 것.

최근 들어 오너리스크를 포함한 이른바 ‘인성리스크’가 사회 전반의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는 대표적이다. 마약, 성매매, 성 접대는 물론이고 도박에 탈세 의혹까지 받고 있는 빅뱅 승리와,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정준영, 그 범법행위에 가담하거나 묵인했던 최종훈, 이종현, 용준형에 로이킴, 에디킴까지 모두 줄줄이 대중들의 철퇴를 맞았다. 승리의 소속사였던 YG는 이번 사태로 시가총액 2천억 원이 날아갔다. ‘인성 리스크’의 만만찮은 파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성 리스크에 담긴 메시지는 뭘까. 그건 달라진 소비자들이 이제는 ‘좋은 소비’를 하고 싶다는 뜻이 아닐까. 한 때 ‘소액’으로 구분되던 소비자들은 그렇게 하나하나 모여 ‘좋은 소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이 관점으로 보면 조양호 회장을 힘겹게 한 건 ‘연금사회주의’가 아니라, 가족들이 야기한 일련의 ‘인성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인성의 문제가 회사의 미래까지 불투명하게 만들 거라는 걸 아는 소비자들(주주들)은 정당한 소비의 권리(주권)를 행사한 것뿐이고.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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