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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sight-김문영 KOTRA 암다바드 무역관장]격세지감 인도, 웅비하는 인도
17년만에 인도 땅을 다시 밟았다. 20여년전 인도의 모습과 부임 후 지난 7개월간 현장에서 겪은 인도의 모습은 하늘과 땅 차이다.

20여년전인 1998년 초 뉴델리 무역관 부임 당시, 외자 유통기업 투자금지로 쇼핑몰 하나 없던 재래식 상가는 뉴델리, 뭄바이, 암다바드, 뱅갈루루의 초대형 최신식 몰과 아파트 촌으로 변했다. 바가지 요금이 극성이었던 택시는 우버, 올라와 같은 시스템이 도입돼 기사가 서비스를 잘 평가해 달라고 사정하는 시스템으로 변해 있었다.

1998년에는 수도 뉴델리 조차 하루 3~4시간만 전기가 공급되고 식수를 위해 급수차에 줄을 섰었다. 지금은 사무실, 집에서 발전기가 사라지고, 한국 못지 않은 도로가 주요 도시와 지방을 연결해 그 넘치는 물동량으로 주요 도시 곳곳에 극심한 교통체증이 일상화돼 있다.

전기요금과 세금을 내고도 언제 다시 청구될지 몰라 4~5년치 영수증을 보관해야 하던 시절에서, 지금은 전기, 가스, 수도 등 청구서 족족 인터넷을 통해 바로 납부하고 그 결과를 컴퓨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고층빌딩 하나 없던 뉴델리와 경제 수도 뭄바이는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로 마천루를 이뤘고, 사바르마티 강 동편에 한정돼 있던 암다바드는 시 중심이 강 서쪽으로 완전히 이동하며 도시 규모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인도 경제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 700달러일 때와 현재의 2000달러 소득차이에서 기인하겠지만, 피부로 느끼는 현장의 역동성은 더욱 크다. 이렇게 격변하고 웅비하고 있는 인도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긴 역사만큼 넓고 깊다.

13억 인구에 지난 10여년간 7% 전후의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포브스 세계 500대 부자 중 26명이 인도인이다. 그 이면에는 8000만 인구의 길거리 숙소 문제, 전체 인구의 3%만이 세금(직접세)을 납부하는 문제도 있다. 전 인구의 3분의 2가 거주하는 농촌지역 개발수요를 위한 재정수요는 끝이 없다. 직업, 교육 기회 등을 둘러싼 주요 카스트 간 갈등과 종교 분쟁도 해묵은 리스크다.

소비에트나 중국의 일당제 상명하달식 행정시스템은 인도에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의 인도는 인도아 대륙에서 명멸했던 수많은 왕조, 국가간의 타협 및 협상을 기반으로 민주주의 국가 시스템을 이뤘다. 수많은 종족, 언어, 종교를 어울렀던 인도아 대륙의 관용과 조화의 전통으로 인도는 뼈 속부터 민주국가다. 주변의 이해와 총의를 모아가는 숙성 과정이 긴 만큼, 사회, 국가 시스템도 단단하고 견고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G2라면 인도는 명목GDP 기준 G5, 실질구매력 기준 G3 수준이다. 인도 지식인들 상당수가 16세기 번영했던 무굴 제국의 세계 경제 비중이 지금의 미국보다도 훨씬 높은 4분의 1을 차지했었고, 거리에 거지하나 없었던 깨끗하고 안온했던 시절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곤 한다. 우리 신남방 정책의 핵심 국가 인도가 머지않아 G3, 그리고 인도 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그 대열에 동참할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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