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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최석호 서울신학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독점과 경쟁
영화기자재 생산을 주도하고 있었던 업체들이 모여서 1908년 ‘영화특허권회사’를 설립한다. 1910년에는 배급을 담당하는 ‘제너럴 영화사’까지 설립한다. 영화제작에 필요한 기자재 생산업체가 특허권료라는 명목으로 제작뿐만 아니라 배급과 상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점한다. 동부 뉴욕에서 영화를 만들던 대부분의 독립영화사들이 서부 로스앤젤레스로 떠난다. 영화특허권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영화사에게 독점은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는 독점을 규제하기 시작한다. 1890년 독점을 금지한 셔먼법(Sherman Act) 제정에 이어서, 1914년 ‘연방거래위원회법’(Federal Trade Commission Act)를 제정하고, 반독점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를 설립한다. 같은 해 우드로우 윌슨 대통령은 ‘영화특허권회사’를 제소한다. 승소한다. 1915년 제너럴영화사를 해체한다. 영화시장에서 경쟁이 다시 살아난다.

미국 연방정부의 독과점 규제는 독립영화사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파라마운트·20세기폭스·MGM 등 굴지의 영화사들이 바로 그 독립영화사들이다. 이들은 할리우드를 만들고, 스튜디오시스템과 스타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영화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리고 미국 영화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미국 연방정부가 자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육성하기 위에서 취한 가장 성공적인 정책은 산업을 지원하는 진흥정책이 아니라 독과점을 깨는 반독점 정책이다.

지난 1992년 우리 정부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사실상 개방한다. 1995년 1월 1일 발효될 예정이었던 세계무역기구 설립조약과 그 부속협정인 ‘지적재산권의 무역관련 측면에 관한 협정’이 발효될 때를 대비해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먼저 개방한다. 시장개방으로 인한 국내시장의 층격을 미리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 전체로 본다면 대단히 신중한 처사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그 자체로 본다면 시장을 포기한 것이다.

시장 개방 이전에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중소기업 특화 업종이었다. 국내 중소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한다. 제대로 된 콘텐츠? 절대 생산 안 한다. 1992년 중소기업 특화 업종 지정을 해제한다. 국내 대기업과 경쟁한다. 시장을 개방한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경쟁한다. 의도하지 않았던 놀라운 사건이 일어난다.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생산물이 한류로 거듭난다. 국내시장을 두고 사활을 건 한 판 승부를 치른다. 국내 중소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체질이 강화된다.

요컨대, 미국 엔터테인먼트 생산물과 한국 엔터테인먼트 생산물의 경쟁력은 경쟁적인 시장 환경에서 비롯되었다. 미국 정부의 경우 애초에 기업의 독과점행위를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간주하고 반독점 제소를 통해 경쟁적 시장 환경을 조성한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정부의 독점 규제를 통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 한국 정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포기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았던 경쟁적 시장 환경을 조성한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정부의 보호와 규제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한다. 서로 다른 이유에서 경쟁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된다. 경쟁적인 시장 환경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대기업이 동네 골목가게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시장경쟁 촉진 정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

최석호 서울신학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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