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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타 제도 개편]낮추고 또 낮춘 예타 문턱…“경제보다 정치 논리 앞설까 우려”
지역균형발전 명분에 수도권ㆍ비수도권 기준 모두 낮춰
최종 사업시행 여부 결정 주체도 기재부 안으로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혈세 낭비를 막아온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이 크게 낮아지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더 확실해졌고, 사업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은 더 모호해졌다. 또 사업시행을 결정하는 주체도 정부 내부에 두게 했다. 경제성 대신 정치적 판단이 앞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예타 조사 제도가 도입된 1999년부터 2018년 말까지 실시된 총 조사건수는 849건, 총 사업비는 37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549건(223.3조원)이 타당성 있는 것으로 분석돼 평균 통과율은 64.7%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조사대상 27건 중 74.1%인 20건이 타당성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올 들어서만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1조4709억원), 제2경인선 광역철도 건설사업(2조4399억원) 등 12건이 예타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평균 70% 내외를 기록해온 예타 조사 통과율은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먼저 수도권 예타 평가 요소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던 지역균형평가가 사라졌다. 대신 경제성 평가 비중이 기존 30%~45%에서 60%~70%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수도권 사업들은 경제성 비중을 높이면 예타 통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경기도 동서를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사업과 수원 시민의 숙원 사업인 신분당선 연장 사업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비수도권의 문턱도 낮아졌다. 제도 도입 당시 평가 요소에 없었던 지역균형평가 비중은 2006년 15%~25%으로 늘어나더니 이번엔 30%~40%까지 높아졌다. 대신 경제성 평가 비중이 줄어들었다. 또 -9점~+9점까지 부여하던 지역균형평가 방식을 1점~9점으로 바꿔 그간 감점 등 불이익을 받아온 부산과 대전, 대구 등 지방 광역도시들이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역균형평가 비중이 높아진 2010년대 이후 예타 조사 통과율이 50% 내외에서 70%대로 급증했다”며 “지금까지 예산 투입이 부족해 지역 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인구수를 고려한 1인당 세출 예산은 수도권보다 지방이 최대 3배까지 많다”고 말했다.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확실해졌지만 경제성이 낮은 사업이 추진될 우려가 커졌다. 이번 개편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예타 대상 선정 기준을 총 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도입 추진 중인 만큼 무분별한 예산 투입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도 유지관리 비용은 물론이고 공사비도 챙기지 못하는 토목 사업이 많다”며 “장기적으로 재원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고려’ 혹은 ‘정무적 판단’이 고려될 여지가 더 커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책성’ 평가 항목에 일자리와 환경, 안전 등 사회적 가치(정책효과)를 반영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간접 고용효과와 재난 대응 가능성, 생활불편 개선 등 요소가 포함됐다. 기재부는 이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기준, 관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아전인수식 해석이 가능하다고 봤다. 게다가 현재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경제성 분석뿐만이 아니라 정책성, 균형발전까지 평가했지만 앞으로는 기재부 내부에 설치되는 ‘재정사업평가위원회’, ‘분과위원회’가 최종 사업시행 여부 결정하게 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정책효과라는 항목을 통해 대통령, 또는 집권여당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다”며 “자의적 판단이 가능해져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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