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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어렵고도 쉬운 인사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한다. 문제는 좋은 구슬을 꿰어야한다. 나쁜 구슬이 섞이면 좋은 구슬까지도 가치를 잃게 된다. 요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나라가 들썩이는 것을 보니 좋은 구슬을 고르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오죽 어려우면 인사가 만사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싶다.

부끄럽지만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불과 몇 년 전 임원들의 선임과 관련한 갈등으로 총회장에서 멱살잡이까지 있었다. 이로 인해 집행부 출범이 늦어지고 시작부터 힘을 잃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경험은 때론 좋은 교육이 되기도 한다. 진통을 겪으면서, 전부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없어졌다.

첫째, 무엇보다 소수를 배려하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결의 원칙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소외되는 소수를 포용할 때 비로소 이상적인 제도로 기능하게 된다.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다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하여 다수가 되는 순간부터 인사에 있어서 소수를 배려하여야 한다.

변호사회의 소수는 아직까지는 여성과 지방, 청년 변호사들이다. 그래서 이러한 소수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었다. 대한변호사협회 65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변호사를 협회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으로 임명하였다. 수석 부협회장을 최초로 서울이 아닌 다른 지방에서 모셨다. 협회장보다 법조경력이 20년 이상 많은 원로부터 변호사를 시작한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신진까지 골고루 안배하였다.

둘째, 선거와 인사를 철저히 구별하였다. 선거에서 반대편에 섰던 분들도 능력이 있으면 삼고초려하였다. 현재 반대편에서 발탁된 임원들은 새로운 시각에서 변협의 운영에 도움이 되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애정을 가지고 다 같이 잘되자고 하는 쓴소리인지라 달게 들린다.

셋째, 우리 편의 섭섭함을 기꺼이 감수하였다. 회무 경험도 풍부하고 능력도 출중한 임원 후보자가 있었다. 당연히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임명 직전에 모 정당의 지역구 당협 위원장에 내정되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우리 사회가 갈등과 혼란에 빠졌을 때 객관적인 목소리를 내야하기에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이다. 인간적으로 정말 미안했지만 인선에서 배제하였다.

넷째, 인선에 있어서 편리함을 버렸다. 아는 사람을 중용하는 것은 확실히 편하다. 문제는 친분 때문에 허물에 관대해 질 수 있는 위험에 빠지기 쉽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후보자에 대하여는 더 많이, 더 오래 그에 대한 세평을 들었다.

이처럼 약간의 양보와 배려, 그리고 포기할 줄 아는 용기를 섞어보니 인사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을 경험하였다. 단체의 규모가 작으니까 가능한 이야기이고, 국가처럼 큰 규모의 조직에서는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사를 움직이는 본질이 규모에 따라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당의 고집과 야당의 생떼가 아니라, 여당의 포용과 야당의 양보가 넘치는 인사청문회를 보고 싶은 국민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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