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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불공정행위 발생을 줄이는 방법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불공정행위 사건이나 민원 접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2018년에 사건은 6401건, 민원은 4만639건 접수했는데 월별 또는 일자별로 상황을 파악해 업무에 활용한다. 민간 기업이 매출액이나 재고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경영전략을 짜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공정위가 처리하는 사건이나 민원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경제규모 확대와 함께 온라인 거래의 증가, 프랜차이즈 사업의 발전, 해외 직구의 등장 등으로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행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공정행위를 규율하는 입법이나 제도가 계속 만들어지다 보니 사건이나 민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증가하는 불공정행위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공정경제 실현’이라는 중ㆍ장기적인 국정목표를 수립하고, 매년 업무계획도 작성한다. 내부적으로 분기별, 월별 목표를 수립하기도 한다. 이것이 모두 불공정행위를 줄이려는 노력들이다.

그래도 불공정행위는 줄기는커녕 매년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접근방법이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먼저 불공정행위를 줄이는 두 가지 방법부터 살펴보려 한다.

첫째는 공정위가 불공정 사건이나 민원을 더욱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 마치 폐플라스틱을 불로 태워서 처리하는 것과 같다. 불공정행위도 효과적으로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신속과 공정이라는 가치가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공정행위를 신속하게 처리하다 보면 자칫 공정성을 잃기 쉽다. 이와 달리 공정하게 처리하다 보면 시간이나 비용이 더 들게 마련이다.

둘째는 불공정행위 발생을 아예 줄이는 방법이 있다. 폐플라스틱 처리에 비용이 들고 태우면 유독물질이 발생하니 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비닐봉투나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대책과 같다. 그리고 불공정행위를 줄이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거래과정에서 당사자들이 거래내용을 계약서로 꼼꼼하게 작성하고 확인하는 방법이다.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불공정행위 사건에서 계약서가 없거나 불충분하게 작성된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계약서만 제대로 작성되면 많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거나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거래상대방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그 내용과 증거를 철저히 수집해두는 방법이다. 공정위에서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상대방이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관련 서류나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자료가 제대로 제시된다면 해당 사건의 처리가 용이한 것은 물론이고, 이런 관행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 기업들의 불공정 관행도 많이 개선될 것이다.

통상적으로 거래는 처음엔 서로 좋은 관계에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갈등이 생기고 파국을 맞기도 한다. 대개 이 마지막 단계에서 공정위에 신고하거나 민원을 제기한다. 그런데 꼼꼼한 계약서 혹은 충분한 서류나 증거 등이 있으면 사건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된다. 따라서 이러한 자료 작성과 관련된 기업과 소비자들이 불공정행위 해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가오는 4월 1일은 공정거래법 시행 38주년이 된다. 지난 세월동안 공정위는 불공정행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주로 이를 많이 처리하는 데 집중했지만 일반의 입장에서 보면 미흡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불공정행위 처리에는 공정위의 역할이 더 중요했다면, 불공정행위 발생을 줄이는 데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역할이 훨씬 중요해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공정위는 새로운 불공정행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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