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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제로페이, 그 불편한 진실
#. 지난 25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관악구 신원시장, 중랑구 우림시장에 이어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주변 상가를 찾아 제로페이 시연회 및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말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3개월이 지났지만 기대만큼 제로페이 확산이 더디자 박원순 시장은 만사를 제처놓고 현장을 찾으며 제로페이 알리기에 동분서주 하고 있다.

#. 용산구 후암동 한 분식점. 식사를 마친후 결제를 하는데 제로페이 스티커가 부착된 것을 보고 주인에게 제로페이에 대해 묻자 “우리같은 자영업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럼 문제없이 사용하도록 만들어야지”라며 “내가 볼때는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것 같아. 이거 솔직히 보여주기식 행정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비용 상승과 불황의 영향으로 1% 이상의 카드수수료율이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제로페이는 이러한 수수료 부담을 ‘제로(0)’로 낮추겠다는 시도로 만든 계좌 이체 기반의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이다.

외식업주 입장에서 제로페이의 혜택을 살펴보면 연매출 ‘8억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은 수수료가 면제되고 연매출 ‘8억~12억원’은 0.3%, ‘12억원 초과’는 0.5% 등의 수수료가 든다. 올해 카드수수료가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연매출 30억원 이하 신용카드 최고 수수료율인 1.6%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 도소매업조사에 따르면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외식업체 비율은 96.8%로 대다수 외식업체들이 제로페이 수수료 면제구간에 해당되므로 제로페이가 제대로 활성화 된다면 업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결제시 소득공제 40%의 혜택이 있으며 이는 신용카드 15%, 체크카드 30%와 비교할 때 월등히 높다. 또 세종문화회관 입장료와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 티켓 결제 시 10~30% 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런 혜택이 있는 제로페이를 소비자들이 얼마나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서울시 거주자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제로페이에 대해 59%가 ‘들어본 적 있거나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의 경우 41%, 30~40대 55%, 50대 이상은 72%가 제로페이에 대해 ‘들어본 적 있거나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해 연령이 높을수록 제로페이에 대한 인지도가 높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제로페이 제도 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응답자의 67%가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었으며 59%는 실제로 제로페이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렇듯 제로페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절반 이상 인지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여기며 사용 의향도 다소 높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사용하기엔 여러가지 불편한 진실들이 존재한다.

우선 제로페이 사용 시 내세우는 소득공제 40% 혜택이다. 서울시는 연봉 5000만원인 소비자가 제로페이로 2500만원을 사용할 경우 신용카드 대비 47만원을 더 환급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문제는 실제 47만원의 혜택을 보려면 소득공제액 한도가 현재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어나야 가능한 상황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소득공제 40% 혜택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다. 또 제로페이 결제 서비스만으로 한달에 200만원 이상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기존 체크카드의 경우도 소득공제율 30% 혜택을 제공했지만 신용카드의 혜택을 극복하지 못해 실효성이 미미했으며 이와 유사한 제로페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 계좌이체 방식이기 때문에 수년간 후불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제로페이 서비스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소비자는 신용카드의 다양한 부가 혜택을 포기하기 어렵다. 신용카드 결제시 무이자 할부 결제, 후불 결제 및 각종 통신비 할인, 영화관 할인, 항공 마일리지 및 포인트 적립 등의 이점이 따르는데 단지 소득공제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이 신용카드의 다양한 혜택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제로페이가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생소비의 핵심 축으로 정착되려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제로페이 서비스 가맹점에 가입한 자영업자들은 초기에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충분히 어필함으로써 소비자 편의성을 증대시켜 제로페이 서비스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최원혁 사회섹션 메트로팀 차장 cho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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