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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先귀촌·後귀농, 半귀농·半귀촌이 답
‘귀농 5년차, 농가 평균소득 넘어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 보도자료의 메인 제목이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들어와 농사를 짓고 있는 귀농가구의 소득이 전입 5년 째에 평균 3898만원에 달하는데, 이는 전체 농가(2017년 104만2000가구)의 평균 소득(2017년 3824만원)을 웃도는 것이라는 게 팩트다. 자료를 보면 귀농 4년차 소득이 이미 3949만원으로 농가 평균을 훌쩍 뛰어 넘었다. 거의 모든 신문 방송 등 매체들은 일제히 이를 여과 없이 보도했다.

농식품부는 이에 앞서 2016년 같은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그해 말 ‘귀농·귀촌 지원 종합계획(2017~2021년)’을 수립해 발표했다. 5년 단위 종합계획의 성과목표 중 하나로 ‘농가 평균소득(2015년 3722만원)의 71%에 불과한 귀농가구의 소득을 5년차에 9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했다. 놀랍게도 2년만인 2018년 조사에서 이를 초과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귀농가구 소득조사 결과에 대해 정작 이미 귀농·귀촌한 이들과 농업·농촌 현장 전문가 중 상당수는 “어이없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귀농·귀촌 실태조사라고 하면서도 농지를 사고 영농시설을 갖추는 데 얼마가 들었는지, 농지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귀농인 대출 등 빚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심지어 귀농가구 소득을 구성하는 농업소득과 농외·이전·비경상소득이 각각 얼마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전체 귀농·귀촌 인구의 96%를 차지하는 귀촌가구의 소득에 대한 분석도 찾아볼 수 없다. “보기 좋고 듣기 좋은 내용만을 골라 내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이유다.

실태조사 결과에서 확인된 의미 있는 통계에 대한 분석 및 정책반영 노력이 미흡한 점도 유감스럽다. ‘귀촌가구의 19.7%는 전입 후 5년 이내 농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2017년 기준 귀촌가구는 총 33만4129가구로 이중 19.7%면 6만5823가구다. 이를 5년으로 나누면 연평균 1만3164가구가 된다. 2017년 귀농가구(1만2630가구)보다 되레 더 많다. 도시에서 바로 귀농하는 가구 보다 먼저 귀촌한 뒤에(선 귀촌) 보다 철저한 준비와 경험을 통해 귀농으로 전환하는(후 귀농) 인구가 더 많다는 것은 정책적 시사점이 크다.

또 하나. 귀농가구 중 겸업농 비중이 43.1%로 높게 나타났다. 귀농 첫해의 겸업 비중은 20%대로 낮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농사만으로는 필요한 소득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겸업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전업 귀농 후 정착과정에서 ‘반 귀농·반 귀촌’ 흐름으로 바뀌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는 융·복합을 기반으로 하는 농업의 6차 산업화, 4차 산업혁명과도 상통한다.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에서 가장 의미 있는 팩트는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귀농·귀촌 정책은 지금도 여전히 1차 산업 차원의 선 귀농 정책에 머물러 있다. 현장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는 귀농가구 소득조사 결과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애써 강조해본들 어떤 효과를 거두겠는가? 이제는 오히려 ‘선 귀촌·후 귀농’, ‘반 귀농·반 귀촌’의 흐름에서 귀농·귀촌 정책 방향의 답을 구해야 한다.

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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